제주 국가위성운영센터, 해킹 당해
전문가, "우주 해킹 늘어날 것"
우주항공청 보안 강화 및 전문가 배치 필요
아리랑 3호 등 국가 저궤도 위성을 운영하는 국가위성운영센터가 해킹 공격을 받은 것으로 뒤늦게 확인돼 신설될 우주항공청의 보안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향후 예상되는 각국의 우주 관련 정보 수집 불법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우주항공청 임시청사는 물론 본청사 건립에도 보안을 강화하고 전문 인력을 배치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제주도에 설치된 국가위성운영센터가 해킹 공격을 받아 관련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킹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보안관제 시스템에 의해 파악됐다. 해킹 주체는 북한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항우연 측은 "관련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과기정통부 자세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대변인실은 "이 건에 대해서는 특별히 내용은 언급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서는 해킹으로 위성이 촬영한 영상정보나 위치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 센터는 2022년 과기정통부와 국정원이 협력해 제주에 설립한 시설이다. 오는 2030년까지 다목적실용위성과 차세대 중형위성, 소형위성 등 저궤도위성 70기에 대한 운영을 담당할 예정이다. 센터는 신설될 우주항공청으로의 편입이 예정돼있다. 사실상 우주항공청이 해킹당한 것과 같은 이유다.
센터는 현재 항공우주연구원이 운영을 맡고 있지만, 보안이나 정보 관리는 주로 국정원이 담당한다. 국정원이 관여하고 있음에도 해킹이 시도되고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그만큼 우주 관련 분야가 해킹의 공격 대상으로 부각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도 최근 인공위성 발사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우리의 정보를 빼내려 할 가능성도 크다.
특히 지난해 유엔(UN) 차원에서 인공위성 요격 미사일 시험(ASAT)을 중단하기로 국제적인 합의가 이뤄지면서 적국의 위성 정보를 정탐하려는 해킹이 확대할 가능성이 커졌다. 위성통신도 추진되는 만큼 이에 대한 해킹과 도·감청 역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우주항공청 임시청사 리모델링 공사에서도 보안에 대한 대폭적인 강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사천 우주항공청 임시청사 리모델링은 5월 27일인 개청일에 맞추기 위해 수의계약으로 진행된다.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은 국정원과 협의해 보안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대비를 한다는 계획이지만 보다 면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주항공청에 보안 관련 전문가가 없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과기정통부가 추진 중인 우주항공청 임기제 공무원 채용 계획에는 보안 관련 인력은 없다. 다만 우주항공청이 개청 후에도 상시채용을 예정하고 있는 만큼 보안 전문가를 배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류재철 우주사이버보안포럼 대표는 "과거에 비해 우주 관련 보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관련 인력을 배치하고 물리와 사이버 보안을 면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우주 관련 보안의 주체도 명확해야 한다고 했다. 과기정통부, 국정원 등 우주보안을 확실히 책임을 지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재형 과기정통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은 "우주항공청 임시청사 보안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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