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학교 측, '안전 배려 의무' 위반"
학교 "같은 훈화 들은 학생들 복학해"
일본의 한 고교생이 시험 중 커닝을 하다 발각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모 측은 학교가 안전 배려 의무를 위반했다며 1억엔(약 8억7900만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22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오사카시 텐노지구의 한 사립 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생 A군(당시 17세)은 지난 2021년 12월 기말고사 중 커닝을 하다 감독관에게 발각됐다.
A군은 여러 교사에게 질책받은 뒤, 전 과목이 0점 처리됐다. 이 밖에도 '자택 근신 8일', '사경(경문 필사) 80매', '반성문 작성' 등의 처분을 받았다.
이틀 뒤 A군은 집 근처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유서에는 "주변으로부터 비겁한 사람이라고 여겨지며 살아가는 것이 두려워졌다"고 적혀있었다.
A군의 부모는 "커닝이 규칙 위반이며 학교의 지도와 질책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학교 측이 안전 배려 의무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교사들이 커닝하는 사람을 '비겁한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이 아이를 심리적으로 몰아붙였다는 것이다.
A군의 부모는 "이 학교의 부교장은 평소 조례 시 '커닝은 비겁한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훈화했는데, 이것이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커닝이 발각된 뒤 학생이 쓴 반성문을 본 한 교원도 '비겁한 자'에 대한 훈화를 꺼내며 필요하면 이를 필사하도록 재촉했는데, 이러한 행위도 학생에게 비겁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을 안겨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모 측 법률대리인은 "아이에 따라 말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기에, 학교 측은 그 영향을 생각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학교 측이 설치한 제3자 위원회는 지도와 자살의 인과관계를 부정했다. '비겁한 자'에 대한 훈화가 사망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같은 훈화를 듣고 커닝을 한 복수의 학생이 근신 처분 뒤 복학해 생활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훈화가 학생을 몰아넣었다고 보기엔 힘들다는 것이다.
다만 학교 측은 "향후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학생 지도 시 언행에 조심하겠다"고 전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소진 기자 adsurd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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