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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반성문으로 살인 정당화하는 연쇄살인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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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 이희준
살해 전 반성문 받는 전직 경찰 役
정의의 심판 자처하나 결국은 악인
죄책감 덮으려는 일종의 발악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에서 송촌(이희준)은 악인을 찾아 살해한다. 범행을 저지르기 전 그는 꼭 반성문을 받아낸다. '나 하상민은 2023년 11월18일 최인선을 살해했습니다. 이에 죽음으로 깊이 반성합니다.' 고작 두 문장에 송촌은 혀를 끌끌 차며 혼잣말한다. "어? 이거 어떻게 했는지를 안 썼네. 아이, 저거 다시 살릴 수도 없고. 참, 기본이 안 돼 있어, 기본, 응? 이 반성문이라는 것은 언제, 어떻게, 왜, 응? 젊은것들은…."


[라임라이트]반성문으로 살인 정당화하는 연쇄살인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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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촌은 심판자를 자처하지만 악하다. 토대인 악의는 병적인 사고나 심각한 감정적 영향의 결과가 아니다. 정상적인 정신과 자유로운 사고로부터 나온다. 범죄의 동기가 정신 분열적 환상이나 비정상적인 인격적 특성에서 비롯한다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과 동떨어져 있다. 다수 정신의학자는 자신들이 감정했던 연쇄살인범의 정신에서 어떤 질병과 성격적 문제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아주 두려운 일인지 혹은 아주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전자가 정상적인 이성을 가지고도 악한 범행을 생각하고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이라면 후자는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악을 전가하고 부당하게 대하고 그들의 고통을 범죄시하고 계속해서 그들에게 오명을 씌우고 있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성실한 경찰이던 송촌은 어떻게 전자에 가까워졌을까. 이희준은 "범죄를 저지른 경찰 선배 장갑수(이주원)의 적반하장과 독설이 결정적 계기"라고 말했다. "살인자인 아버지보다 더 믿고 따른 형이었다. 타인에게 자기를 험담해도 억장이 무너질 텐데 면상에 대고 조롱하지 않나. '살인자의 새끼가 강력계에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순간 송촌은 모든 것이 무너지는 아픔을 느꼈을 듯하다. 삶의 방향이 꺾일 정도로…."


모든 인간은 악한 생각과 사고를 지니고 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자기 안에 있는 공격적 충동과 욕망에 사로잡힌다. 송촌은 그것을 악인들 앞에서 분출하려 한다. 자신을 '인간쓰레기 청소부'라고 자처한다. 일련의 행위가 정당하다는 확신에 점령당했다. 고정된 생각을 고수하기 위해 일종의 투쟁을 벌인다.


[라임라이트]반성문으로 살인 정당화하는 연쇄살인범

대상이 악인이라고 살인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오히려 송촌의 살인은 여느 그것보다 잔악하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마이클 스톤은 가족을 살해한 부부, 부모, 그리고 자식들에 관한 279건의 사례를 평가하고 '그래주에이션 오브 이블(Graduation of Evil)'이라는 기준 등급을 만들었다. 총 스물두 단계의 등급표에서 가장 아래쪽에는 정당방위, 다시 말해 완전히 돌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살인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가장 높은 쪽은 계획적인 살인 의도가 강하고 극악한 공격을 가한 살인자들로 채워졌다.


송촌은 후자에 해당한다. 그러나 영역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이코패스 살인자들과 결이 조금 다르다. 일반적인 사람들처럼 선과 악, 정상과 비정상이 어떻게 한 사람 안에서 합쳐지고 직접적인 형태로 나란히 존재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진다.


정신의학에 따르면 모든 사람의 내부에는 선과 악이 존재한다. 기질과 교육의 영향, 삶의 경험, 그리고 외부 환경에 따라 이런저런 형태로 다양해질 수 있다. 인간은 아주 선하고 아주 악한, 정상적이고 비정상적인 특성들을 함께 지닐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런 특성의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도 있다. 그러므로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의 뚜렷한 구분에 관한 질문은 무척이나 쓸데없는 일이다.


이 같은 구조에서 악인 선별은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자칫 선인을 죽이기라도 한다면 가치관에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송촌은 살해 전 반성문을 받아내 위험부담을 최소화한다. 이희준은 "송촌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라 해석하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라임라이트]반성문으로 살인 정당화하는 연쇄살인범

"애초 선인과 악인을 명확하게 판단할 기준이 없으니 자백밖에 확인할 방법이 없지 않나. (반성문을) 솔직하게 쓰라는 강요도 같은 맥락이다. 그걸 가지고 다니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사람 같았다. 반대로 그 정도로 자기 확신이 없기에 이탕(최우식)을 그토록 만나고 싶어 한다고 봤고. 이탕이 우발적으로 살해한 이들은 알고 보면 죄다 잔악한 범죄자들이지 않나. 놀라운 악인 감별력에 질투가 났을 것 같다. 하루빨리 만나서 노하우를 듣고 싶었을 듯하다. 진정한 '인간쓰레기 청소부'가 되려고."


이는 죄책감을 덜어내려는 발악으로도 읽힌다. 미국의 사회학자 트로이 더스터는 베트남 전범들을 조사해 죄책감 없는 살인에 대한 전제 조건들을 알아냈다. 가장 일반적인 조건은 희생자들에게서 인간의 지위를 빼앗는 것이었다. 희생자들은 열등한 종족, 유충, 쓸모없는 식충, 국민에게 유해한 기생 동물, 살 가치가 없는 존재 등으로 불렸다. 비인간화되는 과정에서는 민족의 치욕, 종족의 청결화, 청소 등과 같은 표현이 사용됐다.


송촌도 자신이 살해할 이들을 쓰레기 또는 잡초라고 부르며 빠른 속도로 악에 적응한다. 오로지 스스로 부여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연쇄 범죄자다. 폴란드의 작가이자 작센하우젠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안제이 슈치피오르스키는 이런 면면을 대단히 압축된 형태로 표현한 적이 있다. 악이 우리 사이에 살고 있다는 경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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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반성문으로 살인 정당화하는 연쇄살인범

"나는 어떤 사람들을 알게 됐다. 그들은 부지런하고 헌신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죽였고, 사욕 없이 책임감 있게 그리고 정확하게 자신의 이웃들을 밀고했으며, 이들을 성실하고 열심히 고문했다. 이때 그들은 모범적인 청렴함과 신중함을 보여줬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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