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이란, 하마스에 이스라엘 공격 사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로 인해 지난해 10월7일 기습 공격 피해를 받은 피해자들이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10억달러(약 1조3340억원)를 배상하라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일(현지시간) 미국 NBC 방송·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 기습 공격으로 죽거나 인질로 끌려간 미국 시민 및 그 가족 60여명은 전날 하마스 공격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며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원고는 총 67명으로 하마스 공격에 의해 인질로 붙잡혔던 당사자, 사망자·인질의 가족들로 구성됐다. 이란이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 등에 무기와 물자 등을 지원했고, 이번 하마스 공격을 사주했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또 이란 지도자들이 지난해 하마스 공격이 벌어지기 전까지 하마스, PIJ 지도부와 여러 차례 만났다는 언론 보도 등을 근거로 이란이 이들에게 이스라엘에 테러를 일으킬 것을 부추겼다는 주장도 고소장에 담았다.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국교 정상화를 추진하자 고립될 위기에 놓인 이란이 방해하려는 목적이라는 점도 주장했다. 고소장에는 피해자의 증언, 시신, 부상자 사진 등도 실렸다.
이번 소송이 제기된 같은 날 다른 하마스 인질 피해자인 주디스 라난은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하마스의 자금 거래를 허용한 암호화폐 거래소를 비롯해 이란, 시리아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으로 유사한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보통 테러 단체나 그 배후 국가를 대상으로 한 법적 소송은 판결까지 최대 수년이 걸리는 데다가 배상 결정이 나더라도 이를 실제로 집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과거 9·11 테러 피해자들이 이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판결까지 14년이 걸렸으며, 판결에 대해 이란이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은 바 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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