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성, 이차전지·반도체 위해 1000억 조달
둔화하는 이차전지 시장·소극적인 최대주주 참여 '우려'
후성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합니다. 회사는 확보한 자금을 이차전지와 반도체 관련 투자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문제는 업황입니다. 현재 반도체의 경우 바닥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차전지는 최근 전기차 등 전방산업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여기에 최대주주 측이 신주 배정 물량에 절반만 참여할 예정입니다. 이는 투자자 입장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후성은 최근 공시를 통해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보통주 1290만3226주를 발행할 예정입니다. 기존 발행 주식 수(9435만2104주)의 13.68%에 해당하는 물량입니다. 발행 예정가액 7850원을 기준으로 총 1013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입니다.
"1000억 조달해 이차전지에 500억 투입"
세부적으로는 이차전지 관련 전해질 부문 시설투자에 492억9000만원, 반도체 가스 부문의 차세대 기술개발 및 관련 시설투자에 210억원, 스마트 물류 시스템 구축 등에 180억원을 사용합니다. 여기에 원재료 구매 등에 130억원을 소모합니다.
후성은 반도체 특수가스와 냉장고·에어컨용 냉매 등 화학소재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입니다. 이차전지용 전해질 사업 등에도 진출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차전지에 투자하는 자금은 2022년에 결정한 액상 전해질 신규 투자의 후속입니다. 당시 후성은 이차전지 시장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 1061억원을 투입해 해당 공장을 짓기로 했습니다.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한 금액 중 280억원은 신규 공장 건설과 기존 공장의 공정개선 등에 활용합니다. 나머지 210억원은 배터리의 수명 증가와 충전 시간 단축 등 시너지 역할을 더해줄 차세대 공정 첨가제 공장 투자를 위해 투입합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총 492억9000만원입니다.
이와 함께 반도체 가스 부문의 차세대 기술개발 및 관련 시설투자에 210억원을 투입합니다. 2025년과 2026년에 각각 100억원과 110억원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나머지 금액은 스마트 물류 시스템 구축에 180억원, 주요 원재료인 형석과 탄산리튬 구매에 130억원을 활용합니다.
우려되는 업황과 최대주주의 소극적인 참여
우려되는 부분은 업황과 최대주주의 소극적인 유상증자 참여입니다. 후성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 4171억원, 영업손실 27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6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입니다.
이유는 반도체 특수가스와 이차전지 소재의 부진 때문입니다. 반도체 특수가스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주요 고객사의 감산 정책으로 일부 품목에 대해 생산중단을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영향으로 2022년 1619억원이었던 반도체 특수가스 매출액은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1066억원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인공지능(AI) 수요 증가로 반도체 업황도 개선되면서 실적도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세계반도체 무역통계(WSTS)도 2023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9.4% 감소했지만, 올해는 13.1%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올해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생산능력을 지난해 대비 2배가량 확대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죠.
이차전지 소재의 경우 불확실성이 큽니다. 후성은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울산공장의 이차전지 전해질 LiPF6의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이유는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 때문입니다. LiPF6의 가격은 2022년 t당 59만위안에서 최근 6만8500위안까지 하락했습니다.
이로 인해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후성의 전체 매출액에서 이차전지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17.36%(724억원)에 그쳤습니다. 2022년 기준 46.05%(2812억)에 달했던 비중이 확 줄어든 것이죠. 회사 측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전해질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이차전지 소재 사업부문 매출은 2023년 3분기 누적 기준 전년 동기 대비 66.5%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전기차의 수요 둔화 우려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기차의 수요가 둔화하면 자연스럽게 이차전지 업체에도 타격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최근 테슬라는 올해 전망에 대해 "자동차 판매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하면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대주주의 낮은 참여도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후성의 최대주주는 김용민 후성그룹 총괄부회장(22.28%)입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47.62%입니다. 현재 후성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유상증자의 총 배정수량 614만4144주 중 50%에 해당하는 307만2072주의 청약 참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계획대로 유상증자에 참여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87%포인트 하락한 44.75%가 됩니다. 지분율이 일부 하락하더라도 최대주주의 변경 가능성은 제한적인 거죠.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유상증자 물량의 절반만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최종 발행가는 4월4일 확정합니다. 후성 주가는 29일 종가 기준 8750원으로 이사회 결의 당시 예상한 발행가 7850원보다 높습니다. 앞으로 3개월 주가 흐름에 따라 발행가는 계획보다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발행가가 낮아진다면 계획했던 규모만큼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서 자금 사용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편 후성은 4월5일 유상증자 확정 발행가를 공고할 예정입니다. 이어 9~11일까지 구주주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합니다. 구주주 청약에서 발생한 실권주는 같은 달 15~16일까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한 후 30일 신주를 상장할 예정입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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