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합 발표 이후 첫 출근길 인터뷰
협력 강조하며 임종윤·종훈 형제 설득 의지
제약·바이오 동남아 등 해외 비즈니스 목표
이우현 OCI그룹 회장이 한미약품그룹과의 인수합병(M&A)에 대해 "그룹 간 통합이 아닌 협력해 가는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 등 형제가 통합에 반발해 법적 대응에 나선 상황에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흡수하는 화학적 통합이 아닌 상호 존중하는 물리적 결합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이 M&A 이후 구체적인 경영모델을 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임종윤 사장과의 두 번째 만남이 불발된 것과 관련해선 "법적 조치가 진행 중이라 조심스럽다"면서도 "언제든 만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24일 서울 중구 소공동 OCI 본사에서 25분간 진행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M&A와 관련해 "한미약품그룹은 전문가 집단이고 이분들을 잘 모셔서 저희(OCI그룹)가 도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재 고(故) 임성기 창업주의 장·차남인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해 통합 논의에 제동이 걸렸는데, 이들 형제에게 양 사 통합의 취지를 설명하려는 의도를 보인 것이다.
이 회장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우리(OCI)를 상대로 소송한 것이 아니고 (가처분 신청) 서류도 보지 못했다"며 "송 회장님(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생각이 있을 거고, 그분들(한미약품그룹 경영진) 의견을 따라야 한다. 혼자 독자적인 판단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약품그룹의) 송 회장, 임주현 사장 모두 회사를 끔찍하게 생각하는 분들이고 임종윤 사장도 회사를 위하는 마음은 똑같다고 본다"며 "다만 표현 방법이 좀 다른 게 아닌가 싶다. 잘 봉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그룹 대주주고 협력해야 할 분이다. 언제든 (협력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합병에 대한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냐는 질문에는 "M&A처럼 전략적인 일을 공개적으로 떠들면서 할 순 없다"며 "시간을 많이 들였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 어떤 도움이 되느냐를 중심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통합 발표 이후 말레이시아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이 회장은 "남들이 다 있는 시장에 가면 늦는다"며 "OCI는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오고 늘 미개척 분야에 도전하는 DNA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약·바이오 분야 진출에 대해서 "과거에 아는 것만 바탕으로 사업을 하면 새로운 시도는 못 한다"며 "(제약·바이오 분야의)전문가 영역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OCI는 해외 시장을 개척하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남아 제약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출산율은 2.7명 수준이고 2035년이 되면 동남아 지역 경제력이 한국과 일본을 합친 규모보다 더 커진다"며 "생활 수준도 좋아질 텐데 연구개발(R&D)과 마케팅을 잘해놓으면 사업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부광약품에 투자한 것도 같은 맥락이고 (한미약품그룹도) 이런 해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은 각사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해 그룹 간 통합에 대한 합의 계약을 각 사 이사회 결의를 거쳐 지난 12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계약으로 OCI홀딩스는 7703억원을 들여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구주 및 현물출자 18.6%, 신주발행 8.4%를 포함해 총 27.0%를 취득한다.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 지분 10.4%를 취득하기로 했다. OCI홀딩스는 그룹별 1명씩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 2명을 선임해 공동 이사회를 구성한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는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