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부처 차관보급 인사 '직장 내 갑질' 감찰
직원 다수가 고충 제기…기관장 '구두 경고'
정부 중앙부처의 차관보급 인사가 여성 직원에게 산책하러 가자고 하거나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등 '직장 내 갑질'을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부처 직원 다수가 고충을 제기한 가운데, 해당 차관보는 반성의 뜻을 표하면서도 "강요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도 '구두 경고'에 그쳐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KBS는 "중앙부처의 한 차관보급 인사가 직장 내 갑질 행위로 대통령실 감찰을 받았는데, 근무시간 중 개인 심부름을 시키는 등의 갑질 행위가 있었는데도 가벼운 구두 경고만 내려져 뒷말이 무성하다"고 보도했다. A 차관보는 자신의 자택 도어록 배터리가 떨어지자, 근무 중인 직원에게 "마트에 가서 건전지를 사 오라"며 사적 심부름을 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 직원에게 "1시간 정도 산책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 미혼 여성 직원들에게 명절 전날 회식을 강권하고, 주말마다 '출근 직원 현황을 파악하라'며 주말 출근을 강요했다는 직원 고충 신고가 접수됐다. A 차관보는 "친분이 깊다고 생각해 가볍게 물은 것이지 강요는 아니었다. 주말 출근자 확인 부분은 고충이 제기되고 나서부터는 중단했다"며 "불찰을 반성하고 주의를 더 기울이겠다"고 해명했다.
'직장 내 갑질' 신고를 받은 대통령실은 A 차관보에게 징계가 아닌 '기관장 구두 경고' 처분을 했다. 대통령실이 징계를 요청하지 않으면서 해당 사안은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KBS는 "(대통령실이) 피해자만 불러 조사하고 정작 A 차관보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뒷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공무원에 대한 징계 가운데 중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 등이 있고 경징계는 감봉·견책이 있다. 경고 가운데 불문경고는 중징계와 경징계를 논의하는 징계위원회가 열렸는데 여러 사유를 참작해 경고로 낮춰준 경우로 기록에 남고 고과에도 반영된다. 서면경고도 서면이라는 의미가 기록에 남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두경고는 기록에는 남지 않지만 고과에는 반영될 수 있다.
강민주 공인노무사는 KBS에 “위계질서가 강한 공직 사회에서의 갑질은 엄격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며 “갑질 내용이 성희롱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부분이라 보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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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할 것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을 것 ▲신체적·정신적인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일 것 등을 요건으로 한다.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사적 심부름 등 개인적인 일상생활과 관련된 일을 하도록 지속적, 반복적으로 지시할 경우 이에 해당할 수 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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