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풍력타워 제조기업 '씨에스윈드'
금리 우려 완화되며 주가·업황 회복세
지난해 인수한 블라트, 조기 흑자전환 기대
지난해 고금리 기조에 역풍을 맞았던 씨에스윈드가 올해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순풍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황이 개선되고 있고 자회사의 실적도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올해는 안정적인 성장세가 기대된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들이 씨에스윈드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 조정했다. NH투자증권은 기존 7만원에서 8만8000원으로 올렸고 이베스트투자증권은 6만8000원에서 8만1000원으로 올려잡았다. 교보증권은 7만1000원에서 8만1000으로 올렸고 DS투자증권은 7만4000원에서 8만원으로, 상상인증권은 7만1000원에서 8만3000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풍력 수요 회복과 지난해 인수한 블라트의 수익성 개선 등이 목표주가 상향 조정으로 이어졌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 상향은 육상 풍력 수요 회복에 따른 외형 성장과 지난해 인수한 블라트의 수익성 개선을 반영했다"면서 "목표주가 산정 기준 연도인 2025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7% 올렸으며 풍력 터빈 기업들의 주가 상승을 반영해 목표 주가수익비율(PER)을 17.5배로 17%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광식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우려하던 블라트의 실적이 조기 개선될 것이며 금리 하락으로 인한 업황 개선이 가시화되고 베스타스향 수주 증가에 따라 미국 법인의 정상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주가 옥죄던 금리 우려 완화에 비상 채비
씨에스윈드는 2006년 설립된 세계 1위의 풍력타워 제조기업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 베스타스, 지멘스 가메사 등 글로벌 주요 풍력터빈 기업에 풍력타워를 공급하고 있다.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영국 등에 생산 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1년 6월에는 덴마크 풍력터빈 생산기업 베스타스로부터 미국 생산공장을 인수했다.
지난해 상반기 실적 개선을 기반으로 주가 상승세를 지속했던 씨에스윈드는 고금리에 따른 우려가 커지면서 하반기에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6월에 9만원에 육박했던 주가는 11월에는 4만원대로 떨어져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연말부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도 회복세를 보이며 현재는 지난해 저점 대비 47% 오른 상태다.
안주원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눌려있던 풍력 기업들의 주가가 반등했고 가장 많이 빠졌던 씨에스윈드가 저점 대비 가장 크게 상승했다"면서 "주가 하락에 가장 크게 작용했던 금리 이벤트가 안정화됐으며 향후에는 각 기업의 신규수주, 실적 등이 주가 상승의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가 안정되면서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은 조기에 업황이 호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예상보다 높은 금리 수준으로 풍력 프로젝트들의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은 입찰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입찰 단가를 상향하는 등의 정책지원을 확대하기도 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정책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전망되며 지난해 4분기부터 금리가 피크 아웃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지원은 확대되고 금리까지 낮아지며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은 조기에 업황이 호전될 것으로 판단되고 글로벌 1위 풍력타워 업체에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사업까지 진출한 씨에스윈드의 투자 매력이 다시 부각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블라트의 실적 개선+풍력 수요 회복 "올해 실적 증가 기대"
올해는 큰 폭의 실적 증가가 예상된다. 지난해 인수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업체 블라트의 실적 개선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고 미국 등 풍력 수요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씨에스윈드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2284억원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컨센서스 1459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매출액은 2조5488억원으로, 이 역시 지난해 컨센서스 1조6120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수준이다.
한 연구원은 "씨에스윈드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6900억원, 2428억원으로 전년 대비 72%, 68%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실적 호전의 주원인은 미국 법인의 베스타스 타워 매출 증가, 블라트의 판가 인상, 베트남과 포르투갈 법인의 지멘스향 해상풍력 타워 매출 본격화"라고 설명했다.
특히 블라트의 실적 개선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그간의 시장 우려를 덜었다. 씨에스윈드는 지난해 7월 덴마크 해상풍력 타워 하부구조물 기업 블라터를 인수하고 하부구조물 제조 시장에 진출했다. 해상풍력발전기는 블레이드, 터빈, 타워로 구성된 상부구조 물과 이를 지지하는 트랜지션 피스, 모노 파일, 재킷과 같은 하부구조물로 구성돼 있다. 하부구조물은 해상풍력발전기의 가장 하단에 위치해 해저에 설치되는 지지구조물이다. 1965년도에 설립된 블라터는 모노 파일, 재킷, 트랜지션 피스, OSS(해상변전소) 등 모든 하부구조물을 생산하고 있고 OSS와 트랜지션 피스는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1~2위에 이를 정도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과 관련된 전문기업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해왔다. 다만 인수 당시 블라터가 적자 상태였기 때문에 씨에스윈드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됐다. 2022년 기준 블라터의 실적은 매출액 6162억원, 영업적자 5억원이었다. 정 연구원은 "단기 실적 측면에서 블라터의 해상풍력용 하부구조물 단가 인상으로 인해 영업손실 규모가 예상보다 축소될 것"이라며 "하반기부터 시작되는 해상풍력용 타워 생산 확대 등으로 인해 수익성 개선도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블라터의 올해 연간 실적은 매출액 6987억원, 영업이익 62억원으로 조기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수요 회복도 가시화되고 있다. 2022년 기준 씨에스윈드 매출의 54%를 차지하는 베스타스의 지난해 4분기 신규 수주는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인 6.9GW를 기록했다. 그중 미국에서 발생한 신규 수주는 4.6GW에 달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 신규 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516% 증가한 것으로 미국 내 풍력 발전 수요 증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올해도 수주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터빈 업체들의 수주 추이 고려 시 씨에스윈드 또한 지난해 목표했던 수주 14억달러(약 1조8500억원)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도 수주 증가는 이어질 것"이라며 "향후 전방 프로젝트 진행 가속화에 따른 기존 수주의 매출 인식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향후 주가의 핵심은 해상풍력 시장 개선
최근 신규 수주 증가의 핵심은 미국 육상풍력 수요 개선에 따른 것으로 향후 주가의 핵심은 글로벌 해상풍력 수요 개선 여부라는 의견이 나온다. 해상풍력은 비용 상승을 전력가격에 전가하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하락했고 다수의 프로젝트가 취소됐다. 정 연구원은 "이러한 수요 부진은 2023년 재생에너지 기업들의 주가 하락 과정에서 일정 부분 반영됐다"면서 "오히려 위축된 해상풍력 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지원 정책이 발표되면서 해상풍력도 점차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국가들의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전력 가격 인상을 통해 해상풍력 수익성이 개선될 경우 글로벌 해상풍력 수요는 탄력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해상풍력용 타워 및 하부구조물을 제작하는 씨에스윈드 입장에서는 생산량 증가와 더불어 전반적인 단가 인상에 따른 수익성 개선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 축소 가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공화당이 집권하게 된다면 일부 부정적인 영향은 피치 못할 것으로 보이는데 공화당에서 우려하는 점은 IRA 보조금 액수가 커지며 국가의 부채 규모가 필요 이상으로 커지는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견제와 미국 내 생산 장려는 지속되겠지만 지원 금액 규모는 작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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