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따뜻하게 옷 챙겨 입으라" 참석 독려
미국 공화당의 첫 대선 후보 경선 무대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를 앞두고 극한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매서운 바람 등으로 체감온도가 영하 40도 안팎까지 떨어지면서 역대 최악 한파 속에서 치러지는 코커스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지지율 우위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른바 대세론을 굳히고자 지지층을 상대로 "따뜻하게 옷을 챙겨 입으라"고 참석을 독려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코커스가 열리는 다음날 아이오와주의 최저 기온은 영하 27도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강한 바람까지 동반하면서 체감온도는 영하 35~45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아이오와 코커스가 공화당의 첫 대선 경선으로 자리 잡은 이래 최저 기온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25㎝ 이상의 눈이 내리며 도로망이 마비됐고, 주 전역에서 체감온도 경보도 발령됐다. 트럼프 캠프는 주말 동안 4차례 집회가 예정돼있었으나 이러한 한파로 3차례를 취소하기도 했다.
특히 아이오와 코커스의 경우 당원들이 당일 오후 7시까지 자신의 선거구에 도착, 각 후보를 대표하는 지지자들의 연설을 모두 다 듣고 투표를 마칠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만 하는 방식이다. 투표를 위해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하는 만큼, 역대급 한파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진다.
아이오와 코커스에 꾸준히 참석해온 밥 레이씨는 워싱턴포스트(WP)에 "나는 75세다. 그날 밤에는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WP는 "다른 주의 당원대회에 비해 아이오와 코커스에 참여하는 유권자 수는 훨씬 적다"면서 "눈과 영하의 기온은 투표율을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눈은 그쳤지만 아이오와주 전역의 체감온도가 영하 40도 미만"이라며 "10분 이내에 동상에 걸릴 수 있고, 장시간 노출되면 저체온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러한 한파가 후보자들에 대한 지지자들의 헌신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늘 뉴스에서도 내 지지자들이 더 강한 정신과 헌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더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 상당수가 고령의 백인으로 구성된 만큼 당일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 또한 이러한 측면을 우려한 듯 "아주 따뜻하게 옷을 입는 것을 잊지 말라"고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독려 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이번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자칫 인상적이지 못한 성적표를 거둘 경우 대선 후보 확정까지 여정이 험난해질 여지가 있다.
최근 중도파를 중심으로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UN) 대사에게도 이번 혹한은 부정적인 요소다. 이날 유세에 나선 헤일리 전 대사는 "지금 이 순간 역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라"며 "여성 대통령(탄생)의 역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배를 바로 잡는 역사를 말하는 것"이라고 투표를 호소했다. 현지 언론들은 현시점에서 헤일리 전 대사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가 바라는 최고의 시나리오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2위를 기록한 후 뉴햄프셔에서 앞서 나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날 공개된 디모인레지스터·NBC·미디어컴 공동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율 48%로 헤일리 전 대사(20%), 디샌티스 주지사(16%)를 훨씬 앞섰다.
'한국 사위'로 불려온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는 이날 CNN에 출연해 헤일리 전 대사에 대한 공식 지지를 표하면서도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예상했다. 다만 그는 "지난 24년간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승리한 예비후보가 공화당 후보가 된 적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중요한 것은 2위 싸움"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헤일리 전 대사가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훨씬 앞서있음을 언급하면서 "이제 공화당이 헤일리를 지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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