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안전연구원, BMS 성능개선 평가 반영
시동 꺼진 후 배터리 온도 등 이상여부 살펴
전기차 제작사와 합의…내년부터 적용
전기차 시동이 꺼지더라도 한동안 배터리 온도 변화 등을 살피는 기능이 내년부터 상당수 차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지금은 국산 전기차 일부 차종에만 들어가 있는 기능인데, 내년부터 차량 안전성을 평가하면서 해당 항목을 포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구매의 걸림돌로 꼽히는 화재 우려를 덜어내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은 KNCAP(K-엔캡) 프로그램을 손보면서 이러한 내용을 내년 평가에 반영하는 내용을 국내외 전기차 제작·판매 업체와 합의했다. NCAP(엔캡)은 신차의 안전 성능과 관련해 다양하게 평가해 점수를 매기는 제도로 기본적으로 충돌 상황 등을 직접 시연하며 성능을 살핀다.
기본적으로 차량 부위별로 충돌 시 안전도를 따지거나 보행자 충돌, 비상자동제동장치 등을 따지지만 시장별 특성에 맞춰 항목을 추가하거나 시장 수요에 맞춰 프로그램을 손봐서 운용한다. NCAP은 의무사항은 아니다. 다만 차량 안전과 관련해 공신력을 지닌 터라 해당 평가에 반영될 경우 제작사가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다.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 소비자는 차량 구매 시 중요한 잣대로 삼는다. 자동차 안전도를 평가하는 공공기관이 직접 다루는 만큼 국내에서도 근래 들어 구매 기준으로 여기는 이가 늘고 있다.
자동차안전연구원과 전기차 업체는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의 성능을 개선하기로 했다. 핵심은 시동이 꺼진 후에도 BMS가 바로 꺼지지 않고 2~3시간가량 배터리 이상 유무를 살피는 점이다. 시동이 꺼진 후에도 일정 기준 이상 온도가 오르거나 외형 변화 시 차량 소유주나 제조사, 소방 당국에 알리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전기차 화재 가운데 대부분이 차량 충돌이나 주행 중 또는 충전 중이 아니라 시동이 꺼지고 주차 중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문보현 자동차안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18년 이후 전기차 화재 80여건 가운데 90% 가까이가 주차 중에 난 사고"라며 "주차 중에도 BMS가 활성화돼있다면 배터리 이상 발생 시 보다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도 KNCAP 평가를 하면서 사고 예방 안정성 부문의 하나로 이러한 배터리 첨단보호기능이 있는지를 살핀다. 다만 지금은 정보제공 차원으로 해당 기능이 있는지 정도만을 알릴 뿐 점수를 매기는 건 아니다. 현대차와 기아, 볼보자동차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전기차 제작·판매 업체는 이와 관련해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말고도 유럽에서도 NCAP 프로그램을 손보면서 비슷한 내용을 반영하는 쪽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부터 정식 평가항목이 되면 앞으로 나올 신차는 물론 기존 차량에 대해서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이러한 기능이 보완될 것으로 연구원 측은 내다봤다.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2020년 코나 전기차 화재가 사회 문제로 불거졌을 때도 비슷한 방식으로 BMS 성능을 개선했었다. 전기차 화재 빈도는 내연기관에 비해 더 적은 수준이긴 하나 불이 났을 때 대처가 어려워 구매를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BMS 성능 개선은 기술적으로 사전대처 역량을 높인다는 점에서 전기차 업체도 적극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이상 발생 시 조금이라도 빨리 인지하면 그만큼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며 "정비센터를 방문하거나 OTA(무선업데이트)를 통해 충분히 보완 가능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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