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기후로 곰 먹이도 흉작
굶주린 채 민가 내려와 습격
일본 열도가 '야생곰'의 습격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벌써 100명 이상의 피해자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13일(현지시간) 일본 공영방송 'NHK' 등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홋카이도와 혼슈 동북부 도호쿠 지방 등 8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수장은 이날 일본 환경성을 방문했다. 곰 피해 방지를 위한 긴급 요청서 전달을 위함이다.
각 지자체 수장은 주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곰 생식 조사 △출몰 억제 대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중앙 정부가 곰 포획 비용을 보조할 수 있도록, 곰을 멧돼지와 같은 '지정 관리 조수'로 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야생곰 문제는 일본 일부 지방의 골칫덩이로 떠오르고 있다. 숲에 거주하던 곰이 거주 지역으로 내려와 사람을 습격하는 일이 늘면서다.
일본에서는 올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곰에게 공격당해 피해를 본 사람이 벌써 18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가운데 5명은 끝내 사망했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곰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주로 아키타현, 이와테현, 후쿠시마현, 아오모리현 등 도호쿠 지방에서 발생한다. 지난 9월에는 혼슈 중부 나가노현 마쓰모토시 가미코치 산책로에서 한국인이 곰에게 공격받아 상처를 입는 일도 벌어졌다.
도호쿠 지방은 일본 내 곰 서식지로 유명하다. 지역 내에 걸쳐 울창한 산림과 숲이 있고, 곰의 먹이인 여러 견과류와 열매도 풍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상 기후로 인해 예전처럼 열매가 잘 열리지 않게 되자, 굶주린 곰이 민가까지 내려오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다. 일본 환경성 또한 "도호쿠 지방에서 곰의 주식인 도토리 열매 등이 흉작에 처했다"라며 "먹이를 찾아 떠난 곰들이 민가에까지 침입하고 있다"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이토 신타로 일본 환경상은 "(곰 피해 방지 계획에 대해) 검토를 진행하겠다"면서도, 곰 보호 계획을 만들고 있는 지역도 있기 때문에 전문가 의견을 청취한 후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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