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넘궁서 전시된 지 이틀 만에 도난
금 103kg 투입… 실제로 물 내려가
영국의 한 궁전에 전시됐던 480만파운드(77억원) 상당의 황금 변기를 빼돌린 4인방이 검찰에 기소됐다. 훔친 황금 변기의 행방은 아직 묘연한 상태다.
7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AP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2019년 9월에 영국 블레넘궁에 전시된 황금 변기를 훔쳐 간 도둑 4명이 절도 혐의 등으로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체포된 4인방은 제임스 쉰(39), 마이클 존스(38), 프레드 도(35), 보라 구쿡(39) 등이며, 블레넘 궁전은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생가이기도 하다.
‘아메리카(America)’라는 작품명으로 알려진 이 황금 변기는 이탈리아의 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18K 금으로 만들었다. 작품 제작을 위해 총 103kg의 금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이 변기는 실제로 물이 내려가는 등 사람이 사용할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당시 블레넘 궁전에 한 달 동안 전시될 예정이었던 변기는 전시 이틀 만에 도난당했다. 방문객들은 사전 예약을 통해 이 황금 변기를 3분 동안 사용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궁전 쪽은 배관과 연결된 작품을 훔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별도 경비 인력을 배치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범인들은 관객 입장이 허용되기 전인 새벽 시간대를 틈타 변기를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 과정에서 변기와 연결됐던 배관을 통해 다량의 물이 궁전 내부로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궁전 내부와 가구에 심각한 손상이 가해졌다고 매체들은 보도했다.
작품의 추산 가격은 77억원에 이르는데, 이 작품의 제목은 ‘아메리카'인 이유를 두고 외신은 부의 과잉을 꼬집으려는 작가의 의도가 담겼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누군가 이미 변기를 팔아버린 것 같다. 빨리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아직 그대로 보존돼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고인 4명은 오는 28일 옥스퍼드 법원에 출석한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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