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14구 60여곳서 '다윗의 별' 발견
"역사, 민주주의, 공화국에 대한 모욕"
프랑스 파리 일부 건물에 '다윗의 별' 낙서가 발견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나치 독일 시절 이 상징은 유대인 거주지를 지목하고 고발하는 성격을 담고 있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격화하면서 서구 사회에까지 반(反)유대주의 감정이 커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파리 14구 아파트, 은행 등 건물에는 다윗의 별 60여개가 발견됐다. 다윗의 별은 유대인과 유대교를 상징하는 표식이지만, 유럽에서는 다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독일 나치 정권 시절 유대인을 구별하고 색출하기 위해 유대인 거주지에 다윗의 별 표식을 그려놨기 때문이다. 당시 나치 정권은 집 문에 다윗의 별을 그리거나, 옷에 부착하도록 명령하기도 했다.
파리 14구에 거주하는 '안느'라는 이름의 주민은 '엑스(옛 트위터)'에 관련 사진을 올리며 "치욕스러운 아침"이라면서 "이것은 단순한 표식이 아니라 역사, 민주주의, 공화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다윗의 별이 그려진 한 파리 건물 관리인도 매체에 "여기선 다른 사람의 종교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모두 잘 지내고 있었다. 23년간 이 건물에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 본다"라고 토로했다.
카린 프티 파리 14구청장은 성명을 발표해 "이런 딱지 붙이기는 1930년대, 2차 세계대전 당시 수백만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방법을 연상시키는 것"이라며 주동자를 찾아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테러한 뒤, 양측 사이 분쟁이 격화하면서 미국, 유럽 내에서도 유대인을 겨냥한 혐오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금까지 819건의 반유대주의 행위가 신고됐고, 414명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등에서는 유대교 회당, 유대인 센터에 화염병을 던지는 사건이 보고되기도 했다.
특히 유럽의 경우 유대인보다 무슬림 인구가 훨씬 많다는 점에서 유대인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에 본부를 둔 '유대인 정책 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유럽 대륙 내 유대인은 13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0.1%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 세기에 걸친 대학살과 홀로코스트로 유대인이 거의 몰살당할 뻔했던 유럽 전역에서 살아남은 유대인들이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을 향한 하마스의 공격으로 인한 슬픔과 충격 외에 '적어도 유럽에서는 유대인이 안전하다'는 가정이 무너졌다"라고 지적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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