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26일(현지시간) 메타플랫폼 등 주요 빅테크들의 실적발표가 기술주 매도세로 이어지며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예상을 훨씬 웃돈 강력한 미 3분기 국내총생산(GDP) 등도 고금리 장기화 경계감을 키우며 투심에 긍정적인 여파를 주지 못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51.63포인트(0.76%) 낮은 3만2784.30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49.53포인트(1.18%) 내린 4137.23에, 나스닥지수는 225.62포인트(1.76%) 하락한 1만2595.61에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전날 고점 대비 10%이상 하락하며 기술적 조정영역에 진입한 데 이어, 하락세를 지속했다.
S&P500에서 부동산, 소재, 유틸리티 관련주를 제외한 나머지 8개 업종이 모두 약세를 보였다. 기술, 통신 관련주의 낙폭은 2%를 웃돌았다. 전날 9%대 급락한 구글 알파벳은 이날도 2.65% 내려앉았다. 메타 역시 향후 실적 전망을 둘러싼 우려가 주가 하락세로 이어지며 4%가까이 떨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3.75%), 애플(-2.46%), 테슬라(-3.14%), 엔비디아(-3.48%) 등 주요 기술주들도 나란히 밀렸다. 웨스턴 디지털은 키오시아와의 합병 논의가 끝났다는 니혼게이자이 보도에 9%이상 급락했다. 컴캐스트는 초고속 광대역 가입자 관련 수익성 우려로 8%이상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 결과와 이날 공개된 GDP,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등 경제지표를 주시했다. 예상을 웃도는 매출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 성장 둔화 우려로 주가가 급락한 구글 알파벳에 이어, 메타 역시 전날 장 마감후 발표한 실적이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리얼리티랩 부문을 둘러싼 영업손실 우려로 이어지며 주가 하락세가 확인됐다. 이는 빅테크들의 실적이 최근 국채금리 상승 등으로 짓눌린 투심에 숨통을 틔울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무너뜨리며 시장 전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월가는 지금까지 빅테크 실적에 깊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면서 "(이날 장 마감 후 실적을 공개하는)아마존과 애플 역시 약화하는 미 경제 전망으로 인해 향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이날 정규장 마감 후 실적을 공개한 아마존은 0.94달러의 주당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LSEG가 집계한 추정치 0.58달러를 웃돈다. 이와 함께 아마존은 4분기 매출 가이던스로는 1600억~1670억달러를 제시했다. 시장 컨센서스는 1666억달러다. 정규장을 하락 마감한 아마존은 현재 시간외 거래에서는 강보합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공개된 강한 경제지표들도 투심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예상을 웃도는 강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오히려 연방준비제도(Fed)가 더 높은 수준의 금리를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날 공개된 미국의 3분기 GDP 증가율은 4.9%로 시장 전망을 훨씬 웃돌았다. 이는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금리, 고물가 상황에서도 소비자들이 지출을 이어가며 전기(2.1%) 대비 급등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4.3%),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망치(4.7%)도 모두 상회한다. 이와 함께 9월 내구재 수주 실적은 전월 대비 4.7% 늘어난 2972억달러로 석달만에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날 공개된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전주 대비 1만건 늘어난 21만건으로 집계됐다. 월가 예상치를 웃돌지만 여전히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 GDP와 관련 "매우 강력한 숫자다. 미 경제는 매우 잘 나가고 있다"면서 "연착륙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장기물 국채 금리 급등에 대해서도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 현상"이라며 "경기 후퇴의 징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4.84%선으로 내렸다. 30년물 금리는 4.98%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5.03%선을 나타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보합권인 106.6선을 기록 중이다.
다음날에는 Fed가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공개된다. 9월 PCE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4% 상승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11월 금리 동결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오는 10월31일~11월1일 열리는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5.25~5.5%에서 동결할 가능성을 99%이상 반영 중이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과 별개로, 당장 금리 인상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는 이날 통화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10연속 금리 인상 이후 첫 동결 결정이다.
이밖에 투자자들은 중동발 리스크,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외교부장의 방미 등의 이슈도 주목하고 있다. 왕 부장은 이날 오후 5시부터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구체적인 일정과 의제 조율,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을 비롯한 글로벌 현안, 반도체 분야를 포함한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와 중국의 보복 수출통제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유가가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18달러(2.55%) 하락한 배럴당 83.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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