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김대중 정부 이후 정권별 경제지표 분석
尹정부 들어 국가부채 증가속도 뚝 떨어져
文정부 정부지출 늘렸지만 성장에는 한계
朴정부 물가, MB정부 국민소득에서 좋은 지표
윤석열 정부가 김대중 정부 이후 역대 정권에서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면 국가부채와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확연히 떨어졌다. 건전재정 기조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부동산 과열 현상이 수그러든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경제성장률은 저출산 고령화 등 저성장 기조가 강해지면서 역대 정권을 거치면서 점진적으로 낮아졌다.
11일 아시아경제가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역대 정권별 부채 관련 지표를 조사한 결과, 윤석열 정부는 역대 정권 중에서 부채증가 속도가 가장 느린 것으로 파악됐다. 윤석열 정부 첫해인 지난해 국가채무와 지방채무를 합한 국가부채는 1067조4000억원이었다. 이는 전년에 비해 9.96% 늘어난 수치이지만, 재정건전화를 본격 시작한 올해 상반기에는 1083조4000억원으로 1.49% 많아진 데 그쳤다. 기획재정부가 작성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6년 말 국가부채는 1346조7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전망대로라면 집권 기간 늘어나는 국가부채는 279조3000억원(26.1%)으로 가장 낮은 증가율에 그칠 전망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국가부채는 80조4000억원에(1998년)서 133조8000억원(2002년)으로 53조4000억원(66.4%) 늘었고, 노무현 정부 때에는 165조8000억원(2003년)에서 299조2000억원(2007년)으로 133조4000억원(80.4%) 증가했다. 보수정권으로 분류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비교해도 차이는 두드러진다. 이명박 정부에서 309조원(2008년)에서 443조1000억원(2012년)으로 134조1000억원(43.4%), 박근혜 정부에서 489조8000억원(2013년)에서 626조9000억원(2016년)으로 137조1000억원(27.9%) 불어났다. 탄핵으로 임기를 모두 채우지 못한 박근혜 정부 때보다 윤석열 정부의 부채증가 속도가 더 느린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면 부채 증가 속도는 두 배 가까이 줄었다. 문재인 정부 첫해였던 2017년 660조2000억원이었던 국가부채는 2021년 말 970조7000억원으로 310조5000억원(47.0%) 증가했다. 2020년(17.0%)과 2021년(14.6%)에는 부채상승 속도가 매우 가팔랐다. 이는 임기 5년간 151조원을 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1년에 네 번에 달하는 66조8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의 증가 속도는 완만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49.4%였던 국가채무비율은 2026년 52.5%로 3.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2017년 36%에서 2021년 46.7%로 10.7%포인트 올랐던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면 크게 차이난다. 이는 박근혜 정부 당시 32.6%(2013년)에서 36%(2016년)로 3.4%포인트 올랐던 것보다 낮은 수치다.
文 정부, 총지출 규모 최대…성장률은 꼴찌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권 중 평균 경제성장률이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장률은 ▲김대중 정부 5.62% ▲노무현 정부 4.74% ▲이명박 정부 3.34% ▲박근혜 정부 3.03% ▲문재인 정부 2.38% 등이다. 윤석열 정부 1년 차인 지난해 성장률은 2.6%였다. 각 정부가 집권을 시작한 해부터 임기를 종료하는 해까지 연간 경제성장률의 평균을 구한 값이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예산상 중앙정부 총지출 규모는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컸다. 2017년 400조5000억원에서 2021년 558조원으로 157조5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GDP에서 정부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1.9%에서 27.6%로 5.7%포인트 상승했다. 추가경정예산까지 포함하면 GDP 대비 총지출 비중이 문재인 정부 말에는 30%에 육박했다. 이는 김대중 정부(20.2%)에서 노무현 정부(20.3%), 이명박 정부(21.3%), 박근혜 정부(21.3%)까지 GDP 대비 총지출 비중을 20% 초반대로 유지해온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이다.
한국 경제가 저출산 고령화 등 선진국형 저성장 구조로 변하고 있고, 코로나19 팬데믹 등에 따른 정부 지출 확대의 필요성을 고려하더라도 정부지출 대비 경기부양 효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2019년 정부 총지출 증가율(9.5%)이 확산 첫해인 2020년(9.1%)보다 높은 점도 지출이 늘어난 원인을 전적으로 코로나 사태로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달 자신의 집권 기간 적자재정이 늘어난 원인에 대해 "코로나 기간 국민 안전과 민생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발언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셈이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건전재정을 강조하며 예산증가율을 낮추는 등 정부지출 억제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 총지출은 656조9000억원이다. 올해 본 예산 대비 2.8% 늘어난 것으로 역대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윤석열 정부가 처음으로 편성한 올해 예산 지출증가율(5.1%)의 절반 수준이다.
물가상승률 박근혜 정부 가장 낮아…대외요인 함께 봐야
역대 정권의 집권 기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박근혜 정부가 연평균 1.08%로 가장 낮았다. 이어 ▲문재인 정부 1.36% ▲노무현 정부 2.92% ▲이명박 정부 3.32% ▲김대중 정부 3.50% ▲윤석열 정부(5.1%, 지난해 기준) 등 순이다. 지표상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 윤석열 정부보다 평균 물가 상승률이 낮았다.
다만 물가는 국내외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단순 지표로만 판단하기는 어렵다. 당장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오른 물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전 세계적 흐름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1년 10월부터 급등해 지난해 6월 9.1%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과도하게 공급된 유동성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화한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해소를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며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 물가 상승폭 확대에서도 드러난다. 연평균 물가 상승률은 2019년 0.4%, 2020년 0.5%에서 2021년 2.5%로 1년 사이 2.0%포인트나 상승했다.
文정부 무역흑자 尹정부보다 크지만 전세계 흐름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간 무역수지 규모를 단순 비교할 경우, 문재인 정부가 압도적으로 높다. 문재인 정부 때 분기별(2017년2분기~2022년1분기) 평균 무역수지는 128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한 반면, 윤석열 정부 집권 시기부터 올 상반기(지난해2분기~올해2분기)까지 평균 무역수지는 139억5500만달러 적자를 봤다.
다만 수출은 문재인 정부 역시 2018년 12월부터 2020년 1월까지 14개월 연속 감소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도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12개월 연속으로 수출이 줄었다. 중국 경제 부진과 반도체 경기 하락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인접 교역국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일본과 대만도 최근 10개월 이상 수출 감소세를 보였다. 다행인 점은 지난달 수출 감소율이 4.4%로 최근 1년 중 가장 낮아지면서 이달 수출 플러스 전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문 전 대통령이 "수출 증가, 무역수지 흑자 규모 등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지금보다 좋았다"는 발언은 핵심을 벗어난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 달러 기준) 비교 역시 해석에 따른 논란의 여지가 크다. 집권 기간 연평균 증가율 기준으로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인당 GNI가 7.7% 감소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집권 5년간 연평균 3.9%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달러 강세로 인한 원화 약세로 환산소득이 줄어든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또 국민소득의 전체 증가액을 환산할 경우 이명박 정부가 문재인 정부보다 평균 8%포인트 더 높았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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