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수담(手談)]바둑 金 병역특례, 숨겨진 드라마

시계아이콘01분 30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흑돌과 백돌이 놓일 때마다 한국과 중국 바둑 팬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생사를 가르는 수읽기의 순간. 단 하나의 실수가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럴 때 바둑 기사들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경우의 수를 계산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한계의 지점까지 그 과정을 반복한 뒤 착점에 이른다. 반상(盤上)에 놓인 흑과 백의 어울림을 예술에 비유하는 것도 이 때문일까.


3일 중국 항저우 중국기원은 바둑이라는 예술을 대중에게 선보인 현장이었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바둑 단체전이 그곳에서 열렸다. 바둑은 정적인 스포츠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역동성은 단연 최고다. 단 몇 초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게 하는 아시안게임 종목이 바둑 말고 또 있을까. 관중들은 그 변화에 박진감을 느끼겠지만 선수들은 피가 마른다.


특히 한국 신민준 9단과 중국 커제 9단의 남자바둑 단체전 결승은 손꼽히는 명승부였다. 양국의 바둑기사 각각 5명씩 대결을 벌여 3승 이상을 거두면 승리하는 단체전 결승. 커제는 중국 바둑의 버팀목이자 상징이다. 중국 입장에서 커제가 무너지는 장면은 상상도 하기 어렵다. 다른 곳도 아닌 중국기원에서 한국에 무릎을 꿇는 것을 의미한다.


[수담(手談)]바둑 金 병역특례, 숨겨진 드라마 3일 중국 저장성 중국기원 분원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남자단체 결승전에서 한국 신민준(사진 오른쪽)이 중국 커제와 대국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D

한국은 세계 최강 신진서 9단을 중심으로 금메달 전략을 짰다. 아시안게임 3연패를 노리는 박정환 9단과 탄탄한 기량을 뽐낸 김명훈 9단이 여기에 힘을 실었다. 변상일 9단이 중국에 일격을 당하면서 남은 4명의 부담은 더 커졌다. 승부처로 인식되던 신민준과 커제의 대결은 막판까지 팽팽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신민준의 패색이 짙어진 상황에서 커제가 실수하며 전세가 역전됐다. 하지만 신민준이 끝내기 상황에서 다소 밀리면서 승패를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최종 승부는 324수 만에 신민준의 반집 승으로 끝났다. 신민준은 대어를 낚았다. 신민준의 승리를 토대로 한국은 4승 1패를 거두며 바둑 금메달을 품었다.


결승전에 참가하지 않은 이지현 9단을 포함해 6명이 남자 바둑 단체전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그중에서 신민준의 금메달에 관심이 쏠린 다른 이유가 있다. 금메달을 따낸 6명 중에서 유일한 병역 특례 혜택의 대상자이기 때문이다. 이지현은 이미 병역을 완료했고, 박정환은 지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특례 대상이 됐다.


[수담(手談)]바둑 金 병역특례, 숨겨진 드라마 3일 중국 저장성 중국기원 분원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남자단체 결승전에서 중국을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바둑 대표팀이 시상대에 올라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환, 김명훈, 신진서, 신민준, 변상일, 이지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신진서, 변상일, 김명훈은 학력 미달로 병역 면제 대상이다. 신진서는 충암중학교에 다니다 중퇴해 최종 학력이 충암초등학교 졸업이다. 세계 최고의 기사들이 학업을 이어가지 않은 이유는 바둑 수련에 전념하기 위함이다. 바둑의 기술 향상 흐름을 고려할 때 수련을 게을리하면 최강의 자리를 유지할 수 없다.


다른 스포츠도 그렇겠지만 바둑의 경우 입대 공백은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1999년 1월생인 신민준은 만 24세로 병역을 해결해야 하는 나이다. 바둑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입대로 바둑 인생이 중단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AD

신민준은 특별한 의미가 담긴 대국에서 중국의 간판 커제를 꺾었다. 본인의 힘으로 당당하게 병역특례의 주인공이 됐다. 신민준은 이제 신진서, 박정환 등 다른 기사와 마찬가지로 병역 부담을 덜었다. 2023년 10월3일 커제와의 대국은 금메달을 넘어 바둑 인생을 뒤바꾼 명승부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류정민 이슈1팀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