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도 안감춘다..달라진 '엔젤'과 함께 돌아온 속옷 브랜드 패션쇼

빅토리아 시크릿, 다큐멘터리 공개
2018년 패션쇼 중단 후 5년만
'마른 몸매' 비판…변화 강조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강요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2018년 폐지됐던 유명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가 다큐멘터리로 돌아왔다. 뱃살을 감추는 대신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디자인의 속옷과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선보이며, 다큐멘터리는 빅토리아 시크릿의 변화를 강조한다.

26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빅토리아 시크릿의 컬렉션을 담은 다큐멘터리 '더 투어(The Tour) 23'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처음 공개됐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패션쇼는 1995년부터 최정상급 슈퍼모델의 쇼와 팝스타 공연을 곁들인 화려한 무대로 인기를 끌었다.

하이디 클룸, 지젤 번천, 미란다 커 등 당대의 가장 인기 있는 모델들이 천사 날개를 달고 속옷 차림으로 무대를 누비며 빅토리아 시크릿의 '천사들'(Angels)로 불렸고, 2001년부터는 미국 지상파인 ABC·CBS 방송 등을 통해 패션쇼가 중계되며 1000만 명 이상의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쇼의 인기에 힘입어 빅토리아 시크릿은 2000년대 초반까지 미국 속옷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지면서 빅토리아 시크릿은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강요하고 여성성을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울러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연루되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며 빅토리아 시크릿의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01년 1240만 명에 달했던 패션쇼의 시청자는 2018년 330만명으로 급감했고, 결국 빅토리아 시크릿은 2018년을 마지막으로 회사의 상징과도 같았던 패션쇼를 중단했다.

이후 5년 만에 공개된 이번 다큐멘터리는 빅토리아 시크릿이 달라졌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 미케일라 스타크는 뱃살을 감추기는커녕 오히려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디자인의 란제리를 선보였다. 그는 다큐멘터리에서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준비시키며 "고등학교 때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는) 엄청났고, 그걸 보고 난 후 뭘 먹고 싶어하지 않는 문화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빅토리아 시크릿의 상징인 천사 날개를 달고 있는 사진을 올리며 "천사가 모든 여성을 대표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내 어릴 적 불안감과 신체 이형증의 근원을 무너뜨릴 기회를 가질 수 있어 감격스러웠다"고 덧붙였다.

이번 다큐멘터리에는 나이지리아 라고스, 일본 도쿄, 콜롬비아 보고타, 영국 런던 등 4개 도시에서 독립 디자이너들이 선보이는 컬렉션이 담겼다.

이 밖에도 빅토리아 시크릿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에 앞서 각국 여성 디자이너와 영화감독 등 창작자와 예술가 20명을 소개하고, 다큐멘터리 외에도 여성 예술가와 기업인들을 위한 새로운 펀딩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