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태아를 쓰레기 취급한 것…소름끼친다”
“연방대법원의 여성 낙태권 폐기에 따른 것”
미국에서 임신 20주를 넘긴 딸에게 임신중절약을 사준 40대 엄마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과 지역 일간 노퍽 데일리 뉴스 등은 네브래스카주(州) 매디슨 카운티 지방법원 마크 존슨 판사가 전날 불법 낙태와 유해 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제시카 버지스(42)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버지스는 지난해 봄 임신 5개월의 열일곱 살 딸에게 온라인으로 주문한 임신중절약을 준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 서류에 따르면 관련 제보받은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 모녀가 주고받은 온라인 메시지 등을 확보했다.
버지스의 딸은 사산된 태아의 시신을 태워 묻은 혐의로 지난 7월 징역 90일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최근 풀려났다. 태아의 유골은 노퍽의 한 들판에서 매장된 채 발견됐다.
지난해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1973년 낙태를 여성의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49년 만에 뒤집고, 낙태권의 유지 여부를 각 주가 결정하도록 했다. AP는 “버지스 모녀에 대한 기소와 판결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의 폐기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방대법원의 판결 뒤 1년 사이 미국의 절반에 해당하는 25개 주에서 임신 6개월 이전의 낙태 시술을 제한하는 법이 제정됐다. 이 때문에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이 낙태가 합법인 지역으로 이동해 시술받거나, 온라인으로 임신중절약을 구매해 복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버지스의 딸이 낙태약을 복용했을 당시 네브래스카주는 임신 20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법을 채택하고 있었으며, 최근에는 임신 12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노퍽 데일리 뉴스는 “버지스의 변호사는 판사에게 집행 유예를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버지스는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법정 밖으로 끌려 나가며 울부짖었다”고 전했다.
존슨 판사는 버지스에게 “당신이 태아나 사산아를 쓰레기처럼 취급하고 존중하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며 “우리 사회는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월 아이다호주는 미성년자가 다른 주로 이동해 낙태를 받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미국 최초로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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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은 미성년자가 아이다호주 내에서는 물론, 낙태가 허용되는 다른 주로 가서 낙태약이나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런 행위는 ‘낙태 밀매’(abortion trafficking)로 규정돼 위반 시 최대 징역 5년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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