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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숨겨라" G20 앞둔 인도…불도저로 빈민가 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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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서 "빈곤 지우기" 비판
뉴델리에만 1350만명 규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국인 인도가 '미화 작업'을 이유로 빈민가 철거 작업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하층 계급 출신으로 유명하다.


"가난은 숨겨라" G20 앞둔 인도…불도저로 빈민가 쓸었다 지난 6월 1일(현지시간) 뉴델리 G20 정상회의 행사장 인근 빈민가에서 아이들이 건물 잔해 속을 뒤지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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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CNN 방송은 지난 5일(현지시간) 방송에서 인도가 최근 빈민가 철거 작업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작업이 이뤄지는 곳은 G20 개최지로 선정된 뉴델리다. 이를 두고 방송에선 "국제 행사 전 '빈곤 지우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등 해외 주요국 정상들이 다수 참석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방문할 예정이다.


2021년 인도 정부가 낸 통계에 따르면, 뉴델리에는 주민 약 1350만명 규모의 무허가 정착촌이 지어져 있다. 철거 작업이 진행되는 곳은 '잔타 캠프'로, 지난 5월 무렵 불도저가 처음 캠프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주민들이 살던 판잣집이 무너져 내리고, 약 10만명에 달하는 빈민들이 터전을 잃었다.


"가난은 숨겨라" G20 앞둔 인도…불도저로 빈민가 쓸었다 철거된 판잣집 잔해 속을 뒤지는 주민들 [이미지출처=로이터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퇴출당한 빈민들에게 임시 거처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인도 정부는 앞서 "새 보금자리를 제공하겠다"며 약속했으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빈민촌에는 지난 7월 뉴델리 대홍수로 거처를 잃은 시민들도 다수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판자촌 거주민은 CNN에 "방수포로 지은 임시 텐트에서 썩어가는 쓰레기와 벌레에 둘러싸인 채 몇 주를 버텼다"라며 생활고를 호소했다.'


현지 시민단체는 당국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뉴델리의 노숙인 단체 '종합개발센터' 소속 수닐 쿠마리 알레디아는 "정부가 미화라는 이름으로 주택을 철거하고 취약계층을 내쫓은 것"이라며 "그들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처"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말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면 주민들에게 철거를 제때 알리고, 회복할 수 있는 곳을 찾아줬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가난은 숨겨라" G20 앞둔 인도…불도저로 빈민가 쓸었다 G20 개최를 앞둔 인도 뉴델리. [이미지출처=AFP 연합뉴스]

다만 인도 정부 측은 불법 구조물을 철거했을 뿐, G20 개최를 의식한 작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인도 주택도시부는 지난 7월 의회에 "4월 1일부터 7월 27일까지 뉴델리에서 최소 49건의 철거 작업을 진행, 국유지를 회수했다"라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그 어떤 민간 주택도 G2 정상회의 미화 작업으로 철거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한편 앞서 빈민가 주민 일부는 뉴델리고등법원에 정부의 강제 퇴거명령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 또한 빈민가의 불법성을 인정하며 정부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빈민가 주민들에게는 지난 5월 31일까지 퇴거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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