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투병’ 휴직 경찰관…보이스피싱 현행범 검거

경찰청, 보이스피싱범 검거 현장 영상 공개
청주 상당경찰서 소속 정세원 순경
투병 중 은행 들렀다 수상함 감지

대장암으로 휴직을 하고 투병중인 경찰관이 우연히 들른 은행에서 보이스피싱 현행범 검거에 일조했다.

29일 경찰청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지난 3월 전북 익산시의 한 은행에서 보이스피싱 현행범이 검거되는 장면이 담긴 은행 CCTV영상이 공개됐다.

[사진출처=경찰청 공식 유튜브]

CCTV 영상에 따르면 회색 상의를 입은 한 남성이 손에 휴대폰을 든 채 현금자동입출금기 (ATM)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이 남성은 다른 고객에게 계속 차례를 양보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때 충북 청주 상당경찰서 소속 정세원 순경이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해당 장소로 들어왔다. 남성은 정 순경에게도 차례를 양보했다. 보이스피싱을 수사하는 지능범죄수사팀에서 근무했던 이력이 있던 정순경은 "입금이 오래 걸리니 먼저 하시라"는 남성의 말을 듣고 수상함을 감지했다.

정순경은 남성이 다급하게 휴대전화를 숨기는 듯한 모습에 자신의 공무원증을 보여주며 경찰임을 알렸다. 그러면서 "어디에, 얼마나 입금하느냐", "텔레그램으로 지시받았느냐" 등의 질문을 했다. 남성은 계속 답변을 피하다가 "나는 잘 모르니 담당 직원이랑 통화해 보라"며 정순경에게 휴대전화를 건넸고, 통화 상대 또한 정순경의 질문에 얼버무리며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이에 정순경은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확신하고 즉시 112에 전화해 신고했다. 이후 경찰이 현장에 올 때까지 남성에게 계속 말을 걸며 심적으로 압박해 도주하는 것을 막았다. 이 남성은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으로, 곧이어 도착한 경찰에게 현행범으로 검거됐다. 경찰은 이 남성으로부터 1700만원을 회수해 피해자들에게 돌려준 뒤 사건을 수사 중이다.

사건 당시 정 순경은 대장암 판정을 받고 휴직한 뒤 고향인 익산에 내려온 상태였다. 가슴에 약물 투여 기구를 삽입한 상태여서 뛰거나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기 힘든 상태였음에도, 정순경은 침착하게 범행에 대처했다.

정 순경은 "마땅히 경찰관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일 뿐"이라며 "송금 직전 검거에 성공해 피해자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