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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망한 대한민국" 살리자, 출산율과 전쟁중인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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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 육아휴직 의무화…셋째 낳으면 승진
"출산율 올리자" 파격 제도 내놓는 기업들

"한국 완전히 망했네요, 그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도 없어요(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주립대 명예교수)."


우리나라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아이 수)이 0.78명이라는 것을 안 해외석학의 반응이 화제였다. 이대로면 나라가 소멸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기업 입장에선 공장을 돌릴 근로자를 찾을 수 없고 상품을 팔 소비자가 없어진다. '초저출산 1등 국가' 불명예 타이틀을 벗기 위해 기업들이 출산율과 전쟁 중이다.


포스코에 재직 중인 S과장은 새벽 6시에 일어나 아내와 함께 6개월 된 쌍둥이의 기저귀를 갈고 우유를 먹인다. 여섯 살인 첫째를 유치원에 보내고 간단히 아침을 먹고 나면 7시 50분. 그때부터 노트북을 켜고 업무를 시작한다. S과장은 올 1월부터 '육아기 재택근무제'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다. S과장은 "육아휴직을 하려고 했는데 경제적으로 타격이 있어서 고민이 많았다"며 "다행히 회사에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 신청했는데 편하게 일에 집중할 수 있어 정말 좋다"고 했다.


"완전히 망한 대한민국" 살리자, 출산율과 전쟁중인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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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철강기업이라는 업종 특성상 남성이 전체의 95%를 차지하는 남초(男超) 기업이다. 출산·육아지원제도를 이용하는 대상도 주로 남성 직원이다. 언뜻 가족 친화적인 사내 문화와 거리가 멀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2017년부터 결혼-임신-출산-육아-교육에 이르는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제도를 개편했고 난임치료와 출산, 육아를 전폭 지원하고 있다.


만족도가 가장 높은 건 '육아기 재택근무제'다. 2020년 7월 국내 기업 최초로 도입한 제도다.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가 있는 직원이라면 누구나 선택할 수 있다. 직원 여건에 따라 전일(8시간)이나 단축(4시간 또는 6시간) 재택근무를 선택하면 된다. 단축 재택근무를 선택한 경우 '전환형 시간선택제'와 연계해 근무 시간대를 선택하면 된다. 8~12시, 10~15시, 13~17시 중 일하는 시간대를 육아 환경에 맞게 고를 수 있다는 의미다. 기본임금과 복리후생, 승진 등은 육아기 재택근무를 해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경력단절과 소득감소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절충점을 찾아내 직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 외에도 직원들의 생애주기를 따라가는 다양한 가족친화제도가 있다. 결혼하는 직원에게는 100만원의 축하금과 함께 '신혼여행지원금'으로 200만원을 지급한다. 출산의 첫 걸림돌이 되는 난임 치료를 위해 난임 치료 휴가를 최대 10일 쓸 수 있다. 난임 치료를 위해 시술을 받은 당사자나 배우자에게는 치료비 100만원을 최대 10회까지 지원한다. 출산 후에는 육아휴직을 최대 2년간 사용할 수 있다.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육아휴직 기간을 근속에 포함한다. 그 덕에 육아휴직 후 복직률은 93.1%에 달한다.


롯데그룹도 육아휴직에 진심인 회사다. 롯데는 2012년 대기업 최초로 자동 육아휴직제를 도입했다. 자동 육아휴직제는 별도의 신청 절차나 상사의 결재 없이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제도다. 2017년부터는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2년으로 연장했다. 남성 육아휴직도 의무화했다. 배우자가 출산하면 최소 1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써야 한다. 육아휴직 기간 1개월까지는 통상임금 전액을 지원한다. 기본 월급뿐 아니라 각종 수당까지 다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2016년엔 남성 육아휴직자가 180명에 그쳤지만 제도 도입 첫해인 2017년엔 6배 수준인 1100명으로 증가했다. 2022년까지 누적 총 6508명의 남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했다.


한미글로벌은 셋째를 낳은 직원을 특진시키는 파격 제도까지 도입했다. 승진 연한이나 고과와 관계없이 셋째를 출산하면 차상위 직급으로 승진한다. 직급과 관계없이 적용하는 제도다. 육아휴직을 한 직원에게는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지원한다. 최대 2년간 사용하는 육아휴직 기간을 근속연수로 인정해 휴직 중에도 진급 심사를 받을 수 있다. 또 신입사원 공개채용 때 자녀가 있는 지원자는 서류전형에서 가점을 부여한다.


육아휴직자들의 복귀와 업무 적응을 돕기 위한 고민도 크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육아휴직자가 복귀 이후 승진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휴직한 해의 평가 등급을 평균 이상으로 보장한다. 일과 육아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스마트 워킹' 제도도 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사용하면 코어타임을 제외한 나머지 근무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 효율적으로 일하고 쉴 때는 충분히 쉬자는 모토다. 한국P&G는 육아휴직 후 복귀하는 근로자가 원하는 업무에 배치해 준다. 이 덕분에 지난해 육아휴직자 복귀율은 100%를 기록했다. 최근 3년 평균은 95%다.


KT알파는 육아휴직 복귀 후에도 원활하게 육아·양육을 이어가도록 '자녀 돌봄 단축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가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려면 부모의 손길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 근무제를 선택하면 하루 1시간씩 근무시간을 단축해 자녀를 등교시키고 10시 이후에 출근하거나 오후 5시에 퇴근해 자녀를 돌볼 수 있다. 학기가 시작하는 3월 1일부터 다음 해 2월 28일까지 제도를 사용할 수 있고 임금 삭감은 없다. 초등 1학년 자녀를 둔 사내 부부가 있다면 부모 모두 적용받을 수 있다.



이런 제도가 있더라도 다른 동료들에게 눈치가 보이는 문화라면 무용지물이다. 현대자동차 계열 소프트웨어(SW) 개발사 모션이 출산·육아지원제도 사용에 걸림돌을 제거하려는 이유다. 모션은 출산 및 육아휴직을 최소 6개월 이상, 장기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육아휴직자의 업무를 대신할 대체인력을 채용하기 위해서다. 대체인력을 채용하지 못한 경우 부서장의 재량으로 내부 부서원에게 업무를 분담하게 하고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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