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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뒤흔든 초전도체 테마…역대 신기술 테마주 최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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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쏠림현상 이후 초전도체 테마 등장
황우석 사태와 닮은 꼴…급등 이후 급락 반복
그래핀과 CNT 테마주 일부는 상장폐지

편집자주'꿈을 먹고 산다'는 주식시장에서 신기술을 향한 갈증은 당연한 현상 가운데 하나다. 지난주 이른바 '꿈의 물질'이라는 초전도체 테마가 등장하자 개인 투자자가 몰려들었고 관련주가 급등했다. 그러나 한국초전도저온학회가 "상온 초전도체라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고, 유명 학술지 네이처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초전도체 테마주 급등현상은 '3일천하'로 끝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초전도체 테마주 거래량과 상승 강도 등을 고려했을 때 과거보다 테마주 쏠림현상이 심해졌다며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에도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학계의 검증을 받기도 전에 주식시장에선 관련 테마주가 등장했다. 줄기세포 복제와 탄소나노튜브(CNT) 등이 국내 증시를 뒤흔들었다. 과거 신기술에 대한 환상이 만든 테마주 급등락 현상을 되짚어 봤다.

지난달 22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상온과 대기압 조건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초전도체 물질 'LK-99'에 관한 논문이 올라왔다. 그 후 고온 초전도 선재 제조 업체 서남 주가는 지난달 27일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주가는 6거래일 만에 3030원에서 1만980원으로 262.4% 급등했다. 서남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증시에서 초전도체에 관심이 커졌다. 덕성, 파워로직스, 모비스, 서원 등 테마에 편승하는 상장사도 늘어났다.


초전도체는 물질의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완전 도체'의 특성과 주변 자기장을 밀쳐내는 '완전 반자성'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는 물질이다. 1911년 수은을 액체헬륨으로 영하 269도까지 낮췄을 때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을 최초로 발견했다. 전기 저항이 사라지면 전력 송신 효율이 높아지고 발열 현상도 없다.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막대한 만큼 상온에서 초전도체를 구현했을 때 경제적 효과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학계에서도 초전도체 논문을 검증하고 나섰다.


초전도체 테마는 이차전지주 광풍 못지 않았다. 서남의 거래대금은 지난달 26일 40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 3일에는 2675억원으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덕성 거래대금은 17억원에서 2285억원으로 늘었다. 뒤늦게 초전도체 테마주로 분류된 파워로직스 거래대금은 지난달 말 13억원에서 지난 3일 6223억원으로 급증했다.


초전도체 테마주 급등 현상은 이차전지주 주가 흐름에도 영향을 미쳤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초전도체 테마가 형성되면서 수급이 초전도체 관련주로 옮겨갔다"며 "이차전지 업종의 낙폭을 키우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초전도체 테마주 열풍은 지난 3일 오후 한국초전도저온학회가 "현재 공개된 사전 논문 데이터와 영상으로는 LK-99를 상온 초전도체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빠르게 식었다. 지난 3일 장 마감 후 시간외 거래에서 대다수 관련주가 하한가를 기록했다. 다음날 정규 장에서 거래 정지 상태인 서남을 제외한 관련주 주가가 급락했다.


시장 뒤흔든 초전도체 테마…역대 신기술 테마주 최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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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박사 논문 발표 이후 줄기세포 테마주 급등

과거에도 초전도체와 같은 흐름을 보였던 '꿈의 기술' 테마는 국내 증시에 자주 나타났다.


새롬기술(현 솔본)은 코스닥 시장 급등주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상장사 가운데 하나다. 1999년 8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이듬해 2월까지 6개월 만에 공모가 대비 150배가량 뛰었다. 당시 코스닥 시장 상한폭은 12%였다. 1998년 11월부터 12월 사이에는 상한가를 기록한 날이 상한가를 기록하지 않은 날보다 많았을 정도로 새롬기술의 급등 현상은 신드롬에 가까웠다. 새롬기술 주가는 '세계 최초'로 무료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소식을 바탕으로 급등했다. 끝을 모르고 오르던 새롬기술 주가는 2000년 2월18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지 4개월 만에 90% 이상 급락했다. 2004년 새롬기술은 솔본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현재까지 상장을 유지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초전도체 테마주 흐름이 황우석 사태와 비슷하다고 평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05년 황우석 박사가 논문을 발표한 후 황 박사는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며 "주식시장에서 줄기세포 테마도 뜨거웠다"고 설명했다.


2016년 사명을 리더스코스메틱으로 바꾼 산성피앤씨 주가는 2004년부터 2005년까지 10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2004년 황우석 교수가 체세포 복제기법으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 있는 코스닥 상장사가 급등했다. 산성피앤씨가 급등하면서 코스닥 시장에서 줄기세포 투자 열기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했다.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업체 메디포스트는 2005년 7월29일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따상'을 기록했고, 이후 나흘간 상한가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마크로젠과 조아제약 등도 줄기세포주 급등 현상에 동참했다.


당시에도 과열 현상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컸다. 증시 전문가들은 "줄기세포 잠재력이 크더라도 실제 치료에 적용되기까지는 앞으로 5~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관련 회사의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줄기세포 치료제가 조만간 등장하고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꺾지 못했다.


줄기세포 관련주에 대한 관심은 2005년 11월 황 박사가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빠르게 식었다. 조작 의혹 이후 황 박사는 '연구원 난자 사용'을 시인했다.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던 만큼 증시에 대한 영향력도 컸다. 2006년 초 산성피앤씨 주가는 2005년 고점 대비 15% 수준까지 하락했다.


'꿈의 소재' 그래핀·CNT, 양산까지 머나먼 길

그래핀(graphene)과 탄소나노튜브(CNT)도 한때 국내 증시를 떠들썩하게 했던 신기술 테마 가운데 하나다.


2009년 초 국내 연구진이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 구조체 그래핀을 반도체 웨이퍼 크기 이상으로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획기적인 연구 성과라는 수식어가 따라왔다.


그래핀은 연필심으로 쓰이는 흑연을 뜻하는 그래파이트(graphite)와 화학에서 탄소 이중결합을 가진 분자를 뜻하는 것(ene)을 결합해 만든 용어다. 그래핀은 2차원의 평면형태로 두께가 0.2나노미터(10억분의 1m)에 불과하다. 상온에서 구리보다 단위면적당 100배가 많은 전류를, 실리콘보다 100배 빨리 전달할 수 있다. 완전히 접어도 전기전도성이 사라지지 않고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한 소재로 알려졌다. 그래핀 기술은 2008년 MIT에서 선정한 세계 100대 미래 기술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로엔케이(현 인스코비)와 티씨케이, 아이컴포넌트 등이 그래핀 관련주로 거론됐다. 일부 상장사는 그래핀 사업과 연관이 없다며 주가 급등 현상을 경계했다.


CNT는 그래핀과 유사한 특성을 지닌다. 그래핀을 돌돌 말아서 빨대 형태로 만든 것을 CNT로 볼 수 있다. 2010년 국내 증시에서 퇴출당한 액티투오는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CNT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CNT는 나노산업과 함께 주목받는 신소재로 꼽혔다. 높은 물리적 특성과 화학적 안정성을 갖춘 것으로 알려지면서 차세대 반도체와 연료전지 등 다양한 부분에서 연구했다.


신소재 사업 기대감으로 주가는 올랐지만 성과는 나오지 않았고 적자 규모는 커졌다. 횡령 사고까지 터지면서 액티투오는 결국 상장 폐지됐다. 당시 액티투오를 비롯해 상보, 오픈베이스, 덕산하이메탈 등이 CNT 응용기술 관련 업체로 이목을 끌었다.


그래핀과 CNT 용어가 주식시장에서 회자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국내 증시에서 그래핀과 CNT로 실적이 나는 상장사는 극히 드물다. 나노신소재와 제이오 등이 CNT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신소재를 연구소 단계에서 개발하고 이를 상용화하는 데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1994년 설립한 제이오는 지난 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2003년부터 CNT 파우더 연구개발을 시작해 업계 최초로 2014년에 양산체제를 구축했다. 20여년간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를 이어온 끝에 CNT 관련 매출이 늘고 있다. 신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을 대략 가늠할 수 있다. 신소재 기술을 바탕으로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것은 바이오 업체가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만큼 쉽지 않다.


최근 이같은 신기술 테마에 쏠림현상이 빠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개인 투자자의 조급증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차전지 관련주가 급등한 가운데 주식으로 수익을 내지 못한 개인 투자자들은 주도 테마에 빠르게 올라타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초전도체 테마가 바람을 타면서 개인은 빠르게 관련주를 사들였다. 이차전지 테마처럼 놓치지 않으려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쏠림현상이 빨라질수록 테마주 주가 급등락 현상이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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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포모 후유증을 겪고 있고 앞으로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쏠림이 계속되면 주식 시장 내 등락 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매매가 계속될수록 돈을 잃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급의 주도권이 개인 일변도에서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2001년 이후 역대 6번째로 벌어져 있는 업종 간 수익률 격차도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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