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립노화연구소 연구 결과
치매 유관 단백질 32개 확인
단백질 분해 과정-면역 체계 등 관장
부족하거나 과하면 치매 원인
치매는 고령화 시대 노인 건강의 최대 적이다. 65세 이상 노인 중 약 10분의1이 걸린다. 기억 상실ㆍ행동 장애 등으로 '가장 잔인한 이별'이란 별명을 가질 정도로 치명적이다. 그런데 노년기 치매의 발생이 중년 시절 체내 단백질 균형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루 우유 한 잔만 마셔도 치매 예방이 가능하다'는 의사들의 충고가 재차 입증됐다는 지적이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 연구팀은 지난 19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이같은 연구 결과가 담긴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팀은 1987년부터 약 1만명 이상의 참가자를 모집해 장기간 추적 연구를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30년간 6번의 검사를 받았고, 이중 약 20%에서 치매가 발병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혈액을 정기적으로 채취해 단백질체(proteomeㆍ인체 내에서 생성되는 모든 단백질)를 살펴봄으로써 특정 단백질 수치의 변화가 치매 예측인자(predictor)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약 25년간 참가자들의 혈액 내 개별 단백질들의 수치가 정상보다 훨씬 높거나 낮은 조절 장애(dysregulation) 상태 여부를 확인했다.
이 결과 연구팀은 45~60세, 즉 중년의 나이에 혈액 내에 부족하거나 넘치면 노년기 치매 발생과 강하게 연관돼 있을 것으로 보이는 32개 단백질을 찾아냈다. 아직 정확한 기전을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연구팀은 "(이같은 연결 고리가)단순히 우연에 의한 것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장담했다.
특히 연구팀은 단백질 분해 과정(proteostasis)에 관련된 단백질들이 치매와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체는 혈액 내 특정 단백질이 너무 많으면 변질돼 뭉치지 않도록 분해해 버린다.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치매의 원인이 된다.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타우 단백질, 아밀로이드 단백질 등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분해되지 않은 채 뇌 신경세포 내에 지나치게 축적되면서 기능이 저해돼 생기는 질병이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치매로 사망한 사람들의 뇌세포와 생존해 있는 환자들의 혈액에서 이같은 분해 과정과 관련된 단백질들의 수치 변화를 확인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해당 단백질 분해 관련 단백질들이 아밀로이드, 타우 단백질의 존재와 관련이 있으며, 치매의 발병에 일정 정도 관여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키넌 워커 미 국립노화연구소 연구원은 "어떤 한 사람의 단백질체가 그 자체로 치매 발병의 위험 여부를 예측해주지는 않는다"면서도 "연령, 가족력 등 기존 변수들과 연계하면 발병 가능성 예측을 더 정확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32개 치매 유관 단백질 중에는 혈장ㆍ뇌 조직의 변화와 관련되지 않은 단백질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GDF15라는 단백질이 대표적이다. 아예 뇌에서는 검출되지 않는다. 연구팀은 치매가 단순히 뇌만의 문제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뇌와 연결된 목 아래 신체 각 부분도 일정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봤다. 이밖에 인체의 면역 체계와 관련이 있는 단백질들의 수치 변화도 확인했다. 치매 발병에 선천적ㆍ적응적 면역 기능이 일정한 역할을 한다는 가설에 대한 증거를 추가로 확보한 것이다,
니콜라스 사이프리드 미 에모리대 교수는 "아직까지 이같은 단백질들이 생리학적으로 치매의 발병과 전개 과정에서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선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실제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려면 기본 메커니즘에 대해 좀 더 명확하고 세부적인 이해가 필요하며, 성공할 경우 조기 치매 치료ㆍ예방법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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