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표방 2대주주, 약 6배 이상 차익
자이글 “시너지 효과→관계 없는 별도 법인”
코스닥 상장사 자이글의 이차전지 신사업을 위한 유상증자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행동주의를 표방하던 2대주주 사모펀드가 주가가 고점일 때 주식을 팔아치워 논란이다. 더구나 자이글은 사모펀드와 협력관계를 맺고 신사업을 진행하겠다고 홍보하다가 주식을 팔자 바로 관계없는 법인이라고 선을 그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사는 지난해 12월1일 처음 자이글 공시에 등장했다. K사가 3.02%를, 특별 관계자인 제이디홀딩스가 2.01%의 자이글 지분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특별관계자 포함 총 지분율이 5%를 넘기면 주식 대량보유 상황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와 함께 K사는 지분 취득을 시작으로 자이글에서 주주행동주의를 본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K사는 자신들이 신생 헤지펀드라고 소개했다. 주요 운용역은 현대증권과 대신증권의 운용팀장으로 약 14조원의 자금을 운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시에는 전문사모펀드가 아닌 기타 금융업(비금융지주회사)로 나와있다.
며칠 뒤 자이글은 K사가 자체 기업·금융·인적 네트워크를 자이글과 공유해주면서 회사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지원사격해줬다. 아울러 K사가 대주주 요건인 5% 취득 공시를 한 이후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며 자이글의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약 3주 후 자이글은 이차전지 신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자이글은 전기그릴 등 조리기구를 만드는 회사다. 이차전지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자이글은 씨엠파트너라는 기업의 이차전지 사업부문을 약 74억원에 인수했다. 자금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인수자금은 대부분 대출로 마련했다. 자이글은 국내에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기가급 공장 증설도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자이글의 주가가 본격적으로 오른 것은 지난 3월부터다. 4000원대에서 움직이던 자이글의 주가는 약 한달 새 3만8900원까지 치솟았다. 800%이상 급등한 것이다. 이에 거래소는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자이글은 미국 버지니아주에 이차전지 합작법인(JV) 설립과 투자에 대한 세부사항을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또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공시하며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이차전지 이슈에 주가가 오르자 2대주주인 K사는 갑자기 주식을 내다 팔았다. 앞서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며 장기 투자하겠다고 밝힌 후 약 3개월 만이다. 지난 3월24일부터 K사는 14만1983주를 장내 매도해 약 33억원을 현금화했다. 가장 비싸게는 주당 3만214원에도 팔았다. 평균 4000~5000원선에서 자이글 주식을 매집했다고 보면 약 6배 이상 차익을 본 셈이다.
K사가 막대한 수익을 거둔 후 자이글의 주가는 하락했다. 전날 기준 자이글의 주가는 1만7250원이다. 최고점 대비 55%가량 빠진 것이다. 유상증자가 지연되고 신사업 진행이 더디자 주가는 계속 우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이처럼 K사의 주식 매도 후 주가가 하락하자 자이글은 선긋기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K사와 협력관계를 맺고 신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을 때와는 상반된 입장이다. 자이글 관계자는 “K사는 자이글과 관계가 없는 별도 법인이고 활용 내용에 대해 어떤 정보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한편 자이글은 지난 4월 공시한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두 차례 지연된 바 있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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