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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날엔]‘서울의 경보사이렌’…北 전투기 남하한 40년전 실제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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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이웅평 北 미그19 몰고 귀순
서울 인천 경기, 경보 사이렌 전쟁공포
연평도 방향 남하, 발포하지는 않아

편집자주‘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정치 그날엔]‘서울의 경보사이렌’…北 전투기 남하한 40년전 실제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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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민방위 본부입니다. 지금 서울, 인천, 경기도 지역에 경계경보를 발령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1983년 2월25일 오전 10시58분, 서울과 인천 등에 경계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당시 시대 상황을 고려할 때 경계경보 사이렌이 울리는 것 자체는 특별한 일이 아닌데 ‘실제 상황’이라는 게 문제였다.


한반도 긴장 상황이 고조되던 1980년대 민방위 훈련은 국민에게 일상이었다. 요란한 사이렌과 함께 민방위 본부의 방송 음성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진다. 다만 “훈련 상황”이라는 전제가 깔린 방송이었다.


[정치 그날엔]‘서울의 경보사이렌’…北 전투기 남하한 40년전 실제상황 [이미지출처=연합뉴스]

TV와 라디오에서도 이건 훈련 상황이라는 걸 주지시킨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시민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훈련 상황이라고 해도 사이렌은 그 자체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사이렌이 울린다는 의미를 전쟁의 경고음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이렌이 울리더라도 훈련 상황이라는 데 안도하면서 민방위 훈련이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던 1980년대 사회 분위기.


하지만 1983년 2월25일은 평소와 달랐다.


[정치 그날엔]‘서울의 경보사이렌’…北 전투기 남하한 40년전 실제상황 북한이 남쪽 방향으로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31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사이렌과 민방위 본부의 안내 음성까지는 동일했지만 ‘실제 상황’이라는 언급이 특별했다. 게다가 북한의 전투기가 남하한 사건이다. 서울 인천 경기도 주민들은 북한 전투기의 폭격을 연상할 수밖에 없었다.


대공경보 사이렌의 원인은 북한 조선인민군 공군 조종사 이웅평 상위(대위)의 귀순이었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45분께 북한 해주 상공으로부터 연평도 방향으로 남하했다. 북한 전투기가 휴전선을 넘어오자 육군방공포병들이 즉각적인 응사태세를 취했지만, 귀순기로 밝혀지면서 발포하지는 않았다.


당시 국방부는 “서울시 일원에 대공경보 사이렌이 울렸던 것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시민에게 사전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웅평의 미그기는 국군의 공군기 유도를 받아 남한의 기지에 무사히 착륙했다. 미그19기는 파머라는 별명을 지닌 전천후 요격기로 소련 최초의 초음속 전투기다. 1953년 9월 첫 비행 이후 1955년 실전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그날엔]‘서울의 경보사이렌’…北 전투기 남하한 40년전 실제상황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북한 조종사가 전투기를 몰고 귀순한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국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당시 청와대에서는 이웅평의 미그기 귀순 사건을 ‘좋은 징조’로 받아들였다.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은 “북한의 미그기가 귀순한 것은 역시 북한은 사람 살 곳이 못 된다는 인식을 국제 사회에 심어주는 산 증거가 됐으며 통일문제 해결을 위해서 좋은 징조”라고 평가했다.


이웅평 사건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의 뇌리에 뚜렷하게 각인돼 있다. 북한 전투기를 몰고 남하했다는 점, “이건 실제 상황”이라는 민방위 본부의 충격적인 음성 그리고 사이렌을 둘러싼 트라우마와 맞물려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달 31일 서울 일원에 울려 퍼지던 국민 대피 경고 사이렌은 하나의 해프닝으로만 넘어가기 어려운 장면이다. 1983년 2월을 기억하는 이에게는 그날의 공포를 되살리는 자극이고, 젊은 세대에게는 또 다른 의미의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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