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4월 전기버스 점유율, 중국 업체가 43%
보조금 개편에도 중국산 점유율 유지
국산-중국산 실구매가 차이 크지 않아
향후 중국산 점유율 상승 추세 계속될 듯
올해 국내에서 팔린 전기버스 10대 중 4대가 중국산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올해 보조금 정책을 국산 업체에 유리한 방식으로 변경했지만 중국산 전기버스는 여전히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했다.
31일 본지가 카이즈유에 의뢰한 데이터를 보면 올해 1~4월 국내 대형 전기버스 신규 등록의 43.5%가 중국산으로 집계됐다. 전체 등록 대수 451대 중 196대가 중국산이었다. 중국 전기버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20년 23.2% 수준에 그쳤으나 2021년 33.2%, 2022년 38.7%, 올해 1~4월 43.5%까지 지속 상승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에너지 밀도 높은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버스가 보조금을 더 많이 받도록 정책을 바꿨다. 중국 전기버스는 에너지 밀도가 낮고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주로 탑재한다. 덕분에 LFP 배터리를 장착한 중국산 전기버스 보조금은 지난해보다 3000만~4000만원 가량 줄었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 개편에도 중국산 전기버스 점유율 확대 추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국내 정책 기준에 부합하는 배터리를 장착한 중국 전기버스는 국산과 비슷한 수준의 정부 보조금을 받는다. 다양한 중국산 전기버스 중 일부 차종은 가격 경쟁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 현대차가 올해 전기버스 출고가를 올리면서 정부 보조금 정책으로 벌어졌던 실구매가 차이가 다시 좁혀졌다. LFP 배터리 장착 중국산 전기버스가 보조금 축소로 3000만~4000만원 가량 비싸진 반면 현대차도 전기버스 일렉시티 가격을 2500만원 올렸다.
두 번째는 지난해 계약한 차량이 올해 1분기에 지연 인도됐기 때문이다. 일부 중국 전기버스 수입업체가 유동성 위기를 맞으며 차량 출고가 늦어졌다. 이 때문에 올해 1분기까지도 작년 보조금 정책을 적용받는 중국 전기버스가 국내에 들어왔다.
마지막으론 국산 전기버스 점유율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에디슨모터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영향도 있다는 평가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전기버스 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한 국내 업체다. 에디슨모터스는 무리한 사업 인수 추진, 주가조작 등에 휘말리며 가동을 멈춘 상태다. 국내 주요 업체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중국업체 점유율이 올라갔다.
업계에선 앞으로도 국내 전기버스 시장에서 중국 업체 점유율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중국 업체들은 국내 보조금 정책 변화에 삼원계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버스 출시로 대응할 전망이다. 다수 업체들이 올 하반기 판매를 목표로 인증 작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전주공장 전기버스 생산 능력이 한정돼있다는 점도 국산 점유율 확대의 걸림돌이란 지적이다. 국산 전기버스 생산의 대부분을 맡고 있는 현대차 전주공장은 최근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올 3월부터 버스 생산라인을 2교대로 전환했다. 하지만 현대차 전주공장의 전기버스 생산 능력은 연간 1500대 수준이다. 정부의 올해 전기 승합차 보급 목표인 3000대에 훨씬 못 미친다. 결국 나머지 보급 목표는 중국산으로 채울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중국 전기버스 수입업체 관계자는 "현대차가 생산 능력을 늘리거나 에디슨모터스가 완전히 살아나지 않는 한 중국업체의 점유율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업체들도 원가가 높은 삼원계 배터리를 쓰면 결국 전기버스 실구매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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