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반도체 투자 확대 요청
보조금 지원 검토하며 적극 유치 나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삼성전자를 포함해 반도체 관련 7대 글로벌 기업 총수들을 만나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이날 회담에 참석한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러지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일본에 5000억엔(약 5조원) 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세계 반도체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총리 관저에서 열린 7개 외국 반도체 대기업 대표들과의 면담에서 “정부 차원에서 대일 직접 투자를 더욱 늘려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19일 개막하는 주요 7개국 정상회의(G7)에서도 해당 과제를 논의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공급망 안정화라는 글로벌 과제에 대한 논의를 주도하고 연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자리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사장, 류더인 TSMC 회장, 팻 갤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테크놀러지 CEO 등 반도체 대기업 총수가 참석했다. 또한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트리얼즈의 플랩 라저 CEO, IBM 다리오 길 부사장, 반도체 연구 기관 IMEC의 막스 밀고리 부사장도 함께했다.
일본 측에서는 기시다 총리 외에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과 기하라 세이지 관방부장관이 함께 참석했다. 니시무라 경산상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많은 기업으로부터 일본 투자 확대를 적극적으로 늘리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밝혔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러지는 이날 면담에서 일본에 최대 5000억엔(약 5조원)을 투자해 히로시마 공장에 최첨단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해 2026년부터 차세대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요코하마 연구개발 거점 개발을 기시다 총리에게 설명했고, 대만 TSMC는 일본 내 투자 확대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일본 소재 업체 및 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할 방침을 밝혔다.
일본 안팎에서 이번 회담은 일본 내 반도체 산업 부활을 노리겠다는 일본 정부 의지가 강하게 드러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때 반도체 산업에서 세계 50% 이상 점유율을 자랑했던 일본은 한국과 대만 등에 자리를 내준 이후 줄곧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에 기시다 내각은 30년 안에 국내 반도체 매출을 현재의 3배인 15조엔(약 146조원)가량 규모로 늘리겠다는 목표로 투자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반도체-디지털 산업 전략'을 마련하고 누적 약 2조엔의 예산을 투입해 반도체 재도약에 나서고 있다.
현재 일본 정부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수천억엔 규모의 보조금 지원을 검토하고 있으며, 다음 달 마련할 경제재정 운영지침에 반도체 산업 지원 방안을 포함할 예정이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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