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법'은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냈을 때 가해자가 피해자 자녀의 양육비를 책임지게 하는 법이다. 지난 1월 미국 테네시주에서 처음 시행됐고, 20여개 주의회에서 법안 도입을 추진 중이다.
2021년 4월 미국 테네시주에 사는 벤틀리(5)와 동생 메이슨(3)은 음주운전 사고로 부모와 생후 4개월 된 남동생을 잃었다. 사고 소식을 처음 들은 벤틀리의 친할머니(세실리아 윌리엄스)는 아들 부부와 갓 태어난 손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두 손자의 보호자가 됐다. 사고 이후 그녀는 미국 전역을 돌며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가 피해자 자녀의 양육비를 책임지도록 하는 입법 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법이 손자 이름을 딴 '벤틀리법'이다.
정식 명칭은 '이든, 헤일리, 벤틀리법(Ethan’s, Hailey‘s, and Bentley’s law)'이다. 벤틀리법을 가장 먼저 제정한 테네시주에서 음주운전과 뺑소니 교통사고로 사망한 테네시주 경찰의 두 자녀 이든과 헤일리를 법률명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음주운전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벤틀리법 입법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2월8일 벤틀리법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한 보고서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20일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원주을)과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동두천·연천)도 각각 '한국판 벤틀리법'을 대표 발의했다.
한국교통연구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주사고를 포함한 전체 교통사고에서 피해자인 부모의 사망 당시 자녀 나이가 만 3세 미만인 경우가 24%, 3~6세까지는 36%에 달했다. 사고 후 가정의 월평균 소득은 절반 미만으로 줄었다. 자택 소유 비율은 낮아지고 임대주택 거주 비율은 높아졌다. 또 절반 이상의 유자녀가 부모의 사고 이후 '재기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우리나라는 음주운전 교통사고 유자녀를 위한 지원 정책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따라서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자신 보호하고 책임질 보호자를 잃은 피해자의 자녀에 대해 적절한 배상과 책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