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근 메모리반도체 감산을 결정한데 있어 계속 상승하는 시장 점유율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D램 및 낸드 세계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4분기보다 더 상승할 경우 수익성 뿐 아니라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 차원에서도 문제가 생길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를 제외한 메모리반도체 경쟁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감산을 시작하면서 뒤늦게 감산에 동참한 삼성전자의 시장 지배력은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가 앞서 공개한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D램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5.1%로 3분기 40.7% 보다 4.4%포인트 상승했다. 같은기간 SK하이닉스가 28.8%에서 27.7%로, 마이크론이 26.4%에서 23%로 하락하는 사이 삼성전자만 시장 점유율이 상승했다. 낸드 역시 삼성전자는 점유율이 33.8%로 2.4%포인트 높아진 반면 2, 3위인 키옥시아와 SK하이닉스는 19.1%, 17.1%로 각각 1.5%포인트, 1.4%포인트 하락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감산을 시작한 다른업체들과는 달리 우월한 원가 경쟁력이 있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가격하락에도 불구하고 감산을 하지 않으면서 점유율은 더 올라갔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개사의 과점 체제로 돌아가고 있는 D램의 경우 삼성전자 점유율이 시장 독점 판단의 기준이 되는 50%에 육박해 있다. 사실상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셈이다. 낸드 시장은 현재 상위 1~3위 기업이 시장의 70%를 나눠갖고 있지만 지금의 업황 악화가 심화하면 웨스턴디지털 같은 하위 사업자들이 타격을 받아 언제든지 과점시장으로 바뀔 가능성이 열려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올라간다고 해서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시장에서는 독점 또는 과점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회사가 자신이 가진 지위를 활용해 독점법상 위배되는 행위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해 더 촘촘한 감시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창환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도 최근 한 포럼에서 "특히 D램 시장 점유율은 특정 기업이 과반 이상 가져가면 독점법 규제 대상이 된다"며 지금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되 효율적인 기술전환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투자를 잘 하는게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간 첨단기술 패권 갈등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 속에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점유율 추가 상승이 자칫하다가는 미국, 중국, 일본 등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고 있는 주변국의 견제심리를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시장은 2007~2009년 반도체 업황 하락기에 경쟁 업체 파산으로 이어진 치킨게임을 경험한 바 있다.
첨단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며 자국 반도체 산업을 키우려는 국가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질주가 반가울리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점유율이 더 높아질 경우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나 중국의 반독점심사 기구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 같은 반독점 기관들이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 삼성전자를 겨냥한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도 나오고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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