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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 생활]일산화탄소 중독 사망 부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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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 생활]일산화탄소 중독 사망 부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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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는 장군의 공관병이었다. 매우 성실하고 총명해 장군이 믿음직하게 생각하는 부하였다. 어느 추운 겨울날, 그는 장군 관사 화장실에서 나체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부대가 발칵 뒤집혔고 헌병대에서 수사를 진행하며 부검을 요청했다. 사망 당일 출동해 시신을 보자마자 바로 사망원인 추정이 가능했다.


사람이 사망한 후 심장이 멈추는 순간 혈액은 중력 방향으로 가라앉게 된다. 시신에서 관찰되는 혈액이 혈관에 가라앉아 진한 적색의 색으로 보이는 것을 '시반'이라고 한다. 이 군인의 시반은 분홍색이었다. 산소보다 200~300배나 헤모글로빈에 더 잘 붙은 일산화탄소가 헤모글로빈과 결합하면 생기는 카복시헤모글로빈(carboxy-hemoglobin)의 색깔이었다. 부검을 하기 전에 즉시 사건 현장인 관사로 달려갔다. 관사 내 샤워 시설에는 순간온수기가 달려있었다. 즉시 헌병대에 현장 폐쇄를 요청하고 일산화탄소를 확인할 수 있는 안전관리공단에 연락하기를 권유했다. 역시나 보일러와 순간온수기가 달린 부위에서 일산화탄소가 새고 있었다. 혈액에서도 고농도의 일산화탄소-헤모글로빈이 확인됐다. 다른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으며 손상 소견도 없어 사망원인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판단하였다.


#2. 신도시 아파트 건축 사무소. 사무실. 이 사무소를 운영하는 그는 자신의 고향 5년 후배에게 시원한 청량음료를 건넸다. 후배는 선배가 주는 음료수를 벌컥벌컥 단숨에 마셨다. 후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꾸 졸리다고 중얼거리다가 잠이 들었다. 그는 동료와 함께 후배를 샤워실로 데려갔다. 샤워실 창문 틈새는 밀봉한 상태였다. 그는 후배의 옷을 벗겨 나체 상태로 만든 후 온수기의 가스 안전 잠금장치를 풀고 물을 틀고 문을 닫았다. 후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한참이 지난 후 코를 입에 막고 숨을 참으며 들어온 그들은 창문을 열고 밀봉된 창문틀을 깨끗이 제거한 후 가스 안전 잠금장치를 잠그고 119에 전화해 "사람이 죽은 것 같아요"라며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시신을 확인하고 검안을 담당한 의사의 의견을 물어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사망으로 단순 변사 처리를 하였다. 그러나 가스온수기가 일산화탄소가 누출될 수 있는 오래된 제품이 아닌 새것인 점이 수상했다. 경찰은 단순 변사로 부검을 하지 않으려던 계획을 바꿔 부검을 실시하였다. 사망원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이 맞았으나 혈액에서 졸피뎀 수면제 성분이 검출되었다. 그 정도라면 잠들어 있어야 하는 수준이었다. 잠자는 사람이 온수로 샤워를 하다 죽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았다. 경찰이 사망자인 후배의 보험금을 조사하니 약 15억원의 사망 보험금 수령자가 사고 신고를 한 사람임을 확인하였다. 또한 그가 최근 수면제를 처방받아 구입한 사실과 함께 순간온수기 역시 최근에 설치한 것을 밝혀냈다. 범인들은 살인으로 기소되었고 유죄가 선고되었다.


일산화탄소는 무색, 무취로 공기에 비해 가벼운 가스임에도 공기 중 0.1% 정도로 사람이 죽을 수 있는 맹독이다. 좁은 공간에 불완전 연소 가스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은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다고 판단될 경우 다른 요인이 작용하거나 타살일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는 점에서 사후 검사 즉 부검의 필요할 경우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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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 법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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