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금 오래 걸리는 먼저 하시라" 범죄 직감
지난해 10월 대장암 4기 판정받고 휴직
1700만원 상당의 피해 막아내
대장암 4기 판정을 받고 휴직 중인 3년 차 경찰관이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수거책을 잡았다. 덕분에 피해자는 17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충북 청주상당경찰서 소속 정세원 순경은 지난달 30일 오후 전북 익산시 한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서 수상한 남성을 목격했다.
정 순경은 자신 앞에 서 있던 30대 후반의 남성으로부터 수상함을 느꼈다. 많은 고객이 ATM기를 이용하려 줄을 선 상황에서 해당 남성이 돌연 정 순경에게 순서를 양보한 것이다. 정 순경은 "입금이 오래 걸리니 먼저 하시라"는 남성의 말을 듣자마자 범죄를 직감했다고 한다.
정 순경은 남성을 상대로 "어디에, 얼마나 입금하시는 거냐", "텔레그램으로 지시받고 일하시는 거냐" 등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당황한 듯 쭈뼛거리며 대답을 회피하는 남성에게 정 순경은 자신이 경찰임을 밝히고 가방 속을 확인했다. 가방 안에는 현금 1700만원이 세 개의 봉투에 나뉘어 담겨 있었다.
보이스피싱임을 확신한 정 순경은 즉시 112에 신고하고 남성이 도망가지 못하게 계속 추궁하며 붙잡은 뒤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남성을 인계했다. 익산경찰서는 1700만원을 회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준 뒤 사건을 수사 중이다.
정 순경은 지난해 10월 대장암 4기 판정을 받고 휴직한 뒤 고향 익산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항암 치료를 위해 가슴에 케모포트(약물 투여를 위한 기구)를 삽입한 상태여서 뛰거나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의심스러운 상황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주저 없이 나서 1700만원 피해를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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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순경은 "1년간 지능범죄수사팀에서 근무했던 덕분에 '먼저 하시라'는 말 한마디에 느낌이 왔다. 마땅히 경찰관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일 뿐"이라며 "송금 직전 검거에 성공, 피해자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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