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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된 피폭]②'후쿠시마 2배' 검출…해석 뒤바꾼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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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후쿠시마 피폭' 2배 검출에도 "불확실"
미온적 대처…北 평창올림픽 참가 탓인가
정권 따라 입장 바꾼 통일부…"검사 시급"

편집자주한반도를 안보 불안에 몰아넣는 북한의 최종 목표는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핵실험장에서 나온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검증하고 대비하는 건 국가의 몫이다. 북핵은 안보를 넘어 인권의 문제라는 점을 조명하고 정부의 과제를 모색한다.

통일부가 '풍계리 핵실험장'에서의 방사성 물질 유출 우려를 알면서도, 문재인 정부 시절 대북 유화 기조 속에 마땅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함경북도 길주군 일대 출신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을 상대로 한 검사에서 '원전사고 현장 작업자' 수준의 피폭 흔적이 발견됐지만,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피폭이 우려되는 함경북도 길주군 및 인근 지역 출신 탈북민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재로선 기본적인 방침만 세운 것이지만, 상반기 내 조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검사는 전문기관에 의뢰할 계획으로, 관련 (대북 인권)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할 기회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日 후쿠시마 때 2배 넘었는데…"불확실하다" 결론
[매장된 피폭]②'후쿠시마 2배' 검출…해석 뒤바꾼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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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된 피폭]②'후쿠시마 2배' 검출…해석 뒤바꾼 통일부

통일부는 이미 2017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탈북민을 대상으로 피폭 검사를 실시한 바 있다. 2017년 검사엔 30명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4명에게 이상 수치가 검출됐다. 가장 낮은 이가 279mGy, 가장 높게 측정된 피검자는 394mGy로 나타났다. 이때 mGy(밀리그레이)라는 단위는 방사성 물질이 체내에 얼마나 들어왔는지 보여주는 '흡수선량'을 뜻한다. 일반인 기준으로 일상생활만 영위한다면 5~7mGy 정도의 분포를 보인다.


2018년의 결과는 더 심각했다. 피검자 10명 중 절반을 차지하는 5명에게 이상 수치가 나온 것이다. 특히 한 여성은 무려 1386mGy에 달하는 수치가 검출됐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수습 작업자의 피폭량을 2배 이상 뛰어넘은 것이다. 나머지 4명도 279mGy에서 493mGy까지의 분포를 보였다. 전신 CT 촬영을 하면 높아야 10mGy 안팎의 수치가 측정된다고 한다. 피폭 검사에 응한 길주군 출신들의 검사 결과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2년에 걸친 '소규모' 조사에서도 괄목할 정도의 이상 수치가 검출됐지만, 통일부는 핵실험과의 연관성을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뒤따른 설명은 '방사선 피폭도 원인일 수 있지만, 흡연력 등 교란변수를 배제할 순 없다'는 것이었다. 방사선 피폭을 인정한 것도, 인정하지 않은 것도 아닌 모호한 입장을 내놓고 선택적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원자력학회 부회장을 지낸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본지가 제시한 검사 결과지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서 교수는 "1000mGy는 교란변수의 영향으로 나타날 수준을 한참 지난 것"이라며 "당장 시급하게 의료적 조치부터 해도 모자랄 수치가 나왔는데, 교란변수를 논하는 건 전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소극적인 설명 뒤…김정은 "평창올림픽 참가 희망"
[매장된 피폭]②'후쿠시마 2배' 검출…해석 뒤바꾼 통일부 우측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전 대통령,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단순히 검사와 평가만 부실했던 것이 아니다. 첫 검사 결과를 발표할 당시 정부의 태도는 의도적으로 '방사성 물질 유출 우려'를 부정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키웠다. 때는 2017년 12월 27일, 통일부는 첫 번째 피폭 검사 결과를 백브리핑 형태로 출입기자단에 설명했다. 모든 결과를 전면 공개한 게 아니라 '이상 수치'라고 짚은 4명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대북 유화 기조를 견지하던 문재인 정부는 북측이 민감하게 여길 피폭 검사를 소극적으로 발표했고, 이로부터 닷새 뒤인 2018년 1월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창올림픽 참가를 희망한다'는 취지의 신년사를 냈다. 남북 교류는 대체로 당국 간의 사전 물밑작업이 선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연이라기보단 정치적 의도가 깔린 선택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맥락이다.


2018년 조사도 문제였다. 통일부는 '숨기지 않고 공개했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지만,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가 있기 전까지 먼저 공표하진 않았다. 특히 여러 대상을 두고 장기간 추적 조사가 필요한 피폭 검사에서 고작 10명만 조사한 것에 대해 통일부는 '검사에 응할 탈북민을 찾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탈북민 사회에선 검사받길 꺼렸다는 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당시 조사는 30명에서 20명으로 피검자 수를 줄인 뒤 10명으로 추가 축소한 정황도 있다. 이 역시도 통일부는 부정하고 있지만, 본지가 입수한 2018년 검사 당시의 용역표준계약서를 보면 '20명 이내'라고 검사 인원이 명시돼 있다. 비용은 1인당 158만6000원, 계약금은 정확히 20명분에 해당하는 3172만원으로 책정됐다. 추후 실지급 된 금액은 약 1900만원으로 확인됐다.


정권 따라 입장 변화…文 "근거 없다" → 尹 "우려"
[매장된 피폭]②'후쿠시마 2배' 검출…해석 뒤바꾼 통일부

후속 조치도 문제다. 이상 수치가 나온 탈북민에게 검사 결과를 제대로 통보하고, 필요한 조처를 다 했는지 여부를 놓고서도 당사자 간에 입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경제가 인터뷰 등을 통해 접촉한 탈북민 피검자 가운데 일부는 '통일부로부터 검사 결과에 대한 설명이나 치료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통일부 관계자는 "당시 검사 기관에서 검사 결과지를 당사자에게 발송했고 유선으로 결과를 설명하면서 필요한 후속 조치도 안내했다"고 반박했다. 확실한 건 정부가 직접 치료를 지원하거나 필요한 의료적 조치를 연계해주진 않았다는 점이다. 특이 소견이 나온 탈북민(2017년 4명, 2018년 5명)에 대해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라고 '권고'한 게 전부였다.


방사성 물질 유출 가능성에 대해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했던 통일부는 정권이 교체되자 입장을 뒤바꿨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북한은 지하에서 핵실험을 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미칠 위험성을 합리적으로 추론하기 어렵다"며 근거 없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확산된 것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5년이 흘러 다시 전수조사를 예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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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원자력학계 전문가는 "학계에선 정권이 바뀔 때마다 탈원전 사안이나 방사성 물질의 문제를 대하는 기조가 달라져서 위험성을 공개 지적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적어도 탈북민의 검사 결과가 심상치 않다는 건 분명하다"며 "훗날 남한에서 피해가 확인되기 시작하면 이미 늦은 것이다. 하루빨리 최대한 많은 이를 검사하고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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