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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언론이 사는 방법과 독자가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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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언론이 사는 방법과 독자가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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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친절한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어떤 기사의 담당자와 통화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본인 이야기를 다룬 기사를 삭제해달라는 한 독자가 마침내 필자에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그간 겪었을 지난한 과정이 안쓰러웠는데 수화기 너머 그의 목소리는 애처로웠다.


중학교 교사인 그는 학교에서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징계를 받았다. 내용이 자극적이라 많은 언론이 기사로 썼다. 그는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고 마침내 징계처분 취소를 받아냈다. 물론 이 사실은 보도되지 않았지만 그는 당연하게도 추가 기사를 원하지 않았다. ‘지금은 사실이 아니게 된’ 옛 기사를 인터넷에서 영원히 없애고 싶을 뿐이었다. 나중에 살펴보니 해당 기사를 삭제한 언론도, 그렇지 않은 곳도 있었다.


중요한 이슈의 시작부터 과정·결과를 모두 기록해둬야 한다는 언론 기능적 관점에서, 최종 기사만 남겨두고 지난 것들을 모두 없애라고 한다면 이에 동의할 언론인은 없을 것이다. 교사의 요청대로 기사를 삭제했지만 더 큰 사안에서도 이 판단이 유효한지, 달리 판단할 이유는 무엇인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쉽지 않다.


최근 모 대학 언론학 교수가 한 신문사의 편집회의를 참관할 기회가 있었나 보다. 그 경험을 칼럼으로 정리한 그는 신문사 간부들이 1면 머리기사 제목을 놓고 격하게 논쟁하는 장면을 인상 깊게 봤다고 회고했다. 언론 신뢰도가 바닥인 지금도 진지한 언론인들은 이렇듯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준 이 신문사는 하루 300개 정도 기사를 온라인에 쏟아낸다. 나머지 299개 제목을 두고도 치열한 논쟁이 있었을까. 1면 머리기사는 신문사가 사회에 보내는 그 날의 핵심 메시지이므로 특별한 대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뉴스를 읽는 대다수 독자에게 그 기사는 해당 신문사로부터 사회에 뿌려진 300개 메시지 중 하나일 뿐이다.


현실적으로 하루 수백개 기사를 모두 1면 기사처럼 다룰 순 없지 않느냐는 항변은 핑계에 불과하다. 언론사 사정을 이유로 나머지 기사에 대한 고민을 생략하거나 덜 해온 행위가 언론의 위기나 황폐화 같은 단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건 아닐까.


뉴스 소비가 온라인으로 완전히 재편된 현재도 우리 언론인들은 오래된 관행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필요성을 자각하지 못했다기보다 대안을 찾지 못한 탓일 것이다. 본지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참고해야 할 어떤 성공 사례도 없이 터널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다. 매일매일 마음 한쪽을 불편하게 하는 여러 질문이 쏟아지지만 그 답은 네이버에서 구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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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시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복무한다는 가치는 변치 않더라도, 달라진 언론 환경은 그 가치를 실현할 방법이나 갖춰야 할 태도를 바꿔놨을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은 시민사회의 변화된 요구에 부응할 새로운 상식을 주도적으로 정립하고 도입하는 일에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 되물어야 한다. 교과서적 저널리즘 원칙이나 뉴스 생산자 입장에 매몰된 채 ‘언론이란 원래 그런 것이야’라는 말만 반복해온 것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언론의 신뢰 회복은 우리 스스로 당연하다고 여기는 상식을 깨고 교과서를 부정하는 데서 비로소 시작될 수 있는 건 아닐까.




신범수 편집국장 겸 산업 매니징에디터 answ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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