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기업이 투자할 돈이 없다"…尹에 투자펀딩 활성화 요청

국민경제자문회의 토론에서 최태원 회장 요청
첨단산업 인재 지원 관련 "'이 직업이 내가 평생 택할 길'이라는 희망 보여줘야"
尹 "정책에 의해서도 시장 만들어질 수 있어"…정부 역할 강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정부에 전략산업에 대한 펀딩 활성화, 투자 인센티브의 영역별 특화, 첨단산업 인재들에 대한 장기적 지원 등을 요청했다. 3고(3高, 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으로 인해 발생한 경제위기와 투자절벽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정부가 시장의 효율성을 높게 만들고 공정하고 경쟁력 있게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비상경제민생회의 및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참석한 최 회장은 토론 순서에서 "기업이 투자를 안 해서가 아니라 기업도 투자할 돈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관계 부처 장관들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경제단체장 자격으로 참석해서 한 총리 오른편에 앉았다. 당초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 이후 비공개로 진행됐던 토론은 KTV국민방송(한국정책방송원)가 전체 회의 영상을 방송하면서 공개됐다.

최 회장은 최근 기업의 투자 절벽 상황에 대해 "돈이 숨었다. 시장이 현재 상당히 막혀있다"며 "미래형 투자 산업이 발전이 안 되는 건 시장이 안 보여서고, 그렇다보니 투자가 안 들어와서다"라고 진단했다. 투자 절벽 해소를 위해 펀딩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게 최 회장의 판단이다. 최 회장은 "정부가 오히려 투자 펀드를 만들어서, 투자 전문가들이 과감하게 할 수 있는 목적성 형태의 펀드를 만들어 전략산업 육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첨단산업에 특화된 인력 육성과 관련 정부의 지원책 마련도 요청했다. 최 회장은 "교육과 훈련을 한꺼번에 아우르는, 청년들도 '이 직업이 내가 평생 택할 길'이라는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며 "직업 시큐어(보장)를 함께 해준다는 이야기가 있어야 중산층에 오를 수 있는 사다리가 확실히 마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환경 시장, 탄소중립 등을 언급하며 특화된 형태의 시장 조성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탄소중립 같은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이것을 더 비 용화시키지 말고 시장화시키는 해법이 필요하다"며 "탄소중립 관련 기술을 하려면 대한민국에 와야 한다는 포지션을 만들어내는 게 미래 먹거리를 위해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구 위기, 기후 위기, 경제 안보, 지역 균형발전을 아울러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시장화할까 생각해보면 투자 활성화가 잘 이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최 회장의 조언과 관련해 "정부 규제의 본래 의미는 '거 버몬트 인게이지만 튼'(government engagement)라며 "아주 효율적인 시장이 되도록 공정한 경쟁 체제를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의 방향"이라고도 설명했다.

또한 "시장이라는 건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도 있는 거지만 새로운 기술에 의해서 시장이 만들어질 수도 있고, 정부의 정책에 의해서도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시장을 조성해서 그 시장에 기업들이 들어와서 수입을 창출하게 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어떤 공적인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하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시장을 조성해 나갈 때 정부가 지켜야 하는 공적인 정책 목표도 있지만, 시장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정부가 효율성을 높게 만들고 공정하고 경쟁력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