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리, 지난 7월 3280억원에 경매서 낙찰
그룹 발주 벌크선 4척 건조 예정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중국 북부 최대 규모의 단일 조선소인 STX다롄이 현지 석유화학 대기업 헝리그룹에 인수돼 조선업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21일 중국 경제전문 매체 차이신은 최근 STX다롄 조선소가 헝리그룹에 인수돼, 그룹이 발주한 발주한 2만t 규모 벌크선 4척을 건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선박은 헝리그룹의 자체 부두에 적합한 형태와 규모로 설계돼, 기존 선단과 함께 친황다오와 다롄의 석탄 운송에 쓰일 전망이다. 해당 벌크선 건조가 끝나면 헝리그룹의 선단 규모는 총 14척, 25만t에 달한다.
차이신은 조선소 내 대형 크레인이 '헝리중공업'이라고 쓰여진 대형 유조선 한 척을 수리하고 있었으며, 근로자들이 오가며 가동중인 모습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한 헝리중공업 관계자는 "우선 그룹 내 주문을 위주로 공장을 가동하고, 새로운 기업으로서 모든 인원은 새로 구성될 것"이라면서 "내부 수주로 경영구조를 정비한 뒤, 외부 조선시장에 접근할 준비를 해야한다"고 이 매체에 설명했다.
헝리그룹은 올해 7월 STX다롄의 13개 자산을 17억2900만위안(약 3280억원)에 경매를 통해 낙찰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분관계는 아직 계열사로 편입되지 않은 상태다.
2006년 다롄의 1호 투자유치 프로젝트로 건설된 STX다롄은 대형 작업장과 4개의 선대를 구축해 2008년 가동을 시작했다. 연간 인도 규모는 40~50척에 달한다. 조선소 구축 당시 비용은 200억원으로 알려졌는데, 헝리중공업은 건설비용의 10%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조선소를 인수하게 된 셈이다. 2015년 파산 이후 인수자가 없어 이번 거래도 지방정부가 직접 나서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헝리중공업 측은 단기적으로 기존 자산을 재가동하고, 향후 조선소 부지와 해안선 일대 자원을 활용해 조선 및 해양 관련 사업을 더욱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차이신에 따르면 옛 STX다롄 관련 채권 신고액은 약 262억위안으로 주채권자는 임금을 받지 못한 일부 직원들과 공급사, 중국 측 은행 등이다. STX다롄이 헝리그룹에 넘어간 뒤에도 직원 채권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직원들은 해고 보상금을 전혀 받지 못하거나 30%만 받은 상태다. 산업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STX다렌에 공동대출을 내줬던 국내 은행들은 담보권을 제대로 설정하지 않아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STX다롄을 인수한 헝리그룹은 연매출 7323억위안 규모로 세계 매출 순위 75위에 달한다. 1994년 천첸화와 판훙웨이 부부가 설립한 직물 회사를 모태로 정유, 석유화학, 폴리에스테르 신소재 및 섬유 산업 기업으로 성장했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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