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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속 책] 한 생존자의 처절한 기록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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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이후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삼풍 생존자'가 전하는 이야기

[뉴스속 책] 한 생존자의 처절한 기록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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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들은 왜 죽었고, 나는 왜 살았을까.'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살아남은 생존자. 그에게 참사 이후의 삶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사망자 502명, 부상자 937명, 실종자 6명이 발생한 대형 참사에서 왜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남았을까. 그날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한 건 아무런 맥락도 서사도 없었다. 그저 그곳에 서 있었다는 이유로, 또는 서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것이 일어났다.


사고 당시 20세이던 이선민씨(필명 산만언니)에게 이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납득하기 어려운 죽음과 생존은 곧 '불행의 시작'을 의미했다. 참사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했다. 한순간에 사람들이 죽고, 모든 것이 눈앞에서 먼지처럼 사라지는 것을 목격한 그는 살아갈 의미를 잃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게 사람 인생인데, 열심히 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라는 생각이었다. 불행을 상기시키는 그날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입 밖에 꺼내지 않았고, 잊고 묻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기억은 더욱 선명하게 떠올라 그날, 건물이 붕괴됐던 그 자리에 언제고 그를 데려다 놓았다.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는 참사 발생 10년 후 불현듯 찾아왔다. 책 <저는 삼풍 생존자 입니다>는 참사 이후 평온한 일상을 잃어버린 한 생존자의 처절한 기록이다.


트라우마를 딛고, '불행'을 말하게 되기까지

극도의 우울 증세, 며칠 동안 이어지는 불면의 밤, 심장이 터질 듯한 답답함과 우울증은 사고의 후유증이다. 그러나 저자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오랜 시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병원에도 가지 않았다. 누구도 자신이 겪는 고통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과학 기술이 발달해 서로의 뇌를 공유하는 것이 가능해지지 않는 한, 누군가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의 내면의 고통을 직면하고, 입을 열기로 마음먹은 결정적 계기는 '세월호 참사'였다. 안타깝게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비슷한 참사는 여러 차례 반복됐다. 저자에 따르면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의 경우, 사고 직후 진상규명이 신속하게 이루어졌고,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과를 했으며, 사고 원인 조사와 관련자 처벌도 빠르게 진행됐다. 참사에 따른 트라우마는 어떤 것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지만, 피해 보상금도 정부 약속대로 지급됐다. 그럼에도 트라우마는 오랜 시간 저자를 괴롭혔다고 한다.


그 이후엔 얼마나 달라졌을까. 저자는 비슷한 참사가 벌어졌을 때 책임자들의 사과는 갈수록 인색해졌고, 책임을 축소하려는 듯한 모습까지 보인다고 지적한다. 특히 세월호 참사의 경우 관련자 처벌과 진실 규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는 말 못 할 고통을 겪는 유가족들에 대한 모욕과 조롱까지 서슴없이 행해졌다. 저자는 진실규명을 위해 40일 넘게 단식투쟁을 이어가던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서 치킨과 피자를 먹으며 '폭식투쟁'을 하던 이들의 얼굴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어느 순간 '세상은 생존자가 침묵하는 딱 그만큼 불행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이 겪어온 참사 이후의 삶에 관해 말하기로 다짐했다. 세상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종종 일어나지만, 그런 고통 속에서 자신을 꺼내준 것도 사람들의 도움이었다. 붕괴된 건물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와 피투성이가 된 생면부지의 자신과 친구를 차에 태워 병원까지 데려다 준 아주머니를 떠올린다.



저자는 참사가 일어나는 시대와 장소는 달라도, 사고의 본질은 불법 증·개축, 인허가 문제, 안전불감증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원인으로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균열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참사에 대해 말하는 것은 여전히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우리 사회의 균열을 조금이라도 메울 수 있다면 몇 번이라도 기꺼이 자신의 불행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저자는 담담하게 말한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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