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은 현실 세계를 어떻게 지배하는가
기술 숭배가 가져온 부메랑효과들 살펴야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카톡 안 되니 오히려 좋아."
지난 주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가 일제히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주말 내내 복구 작업이 이어졌고, 시민들은 짜증과 불만을 토해냈다. 그런 와중에 의외의 반응도 있었다. 퇴근하건, 주말이건, 24시간 직장과 강제 연결됐던 '카톡 지옥'에서 해방돼 좋았다는 것이다. '카카오 먹통 사태'는 이런 상반된 반응을 불러왔고, 체감하게 했다. 이제는 '카카오 제국'이라 불려도 손색없을 만큼 커진 플랫폼 기업에 우리가 얼마나 의존했고 구속당해왔는지를.
카카오는 지난 2010년 무료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 이후엔 모빌리티, 엔터테인먼트, 은행, 전자 결제 등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처음엔 단순 채팅 앱이었지만, 이제는 직장·학교에서 소통하기 위해, 택시를 타기 위해, 결제를 하기 위해, 심지어는 생업을 위해 사용하는 필수 수단이 됐다. 실생활의 편의를 위해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플랫폼이 구성한 환경과 논리에 의해 현실 세계가 통제되는 '역전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의 저서 <디지털의 배신>은 플랫폼들이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넘어 현실 질서의 주도권을 갖게 됐다고 진단한다. 특히 재화나 서비스를 필요한 이들에게 효과적으로 공급해 배치하고 매개하는 '공유 플랫폼'은 "노동자의 생계와 노동권을 틀어쥐고, 노동권을 위협한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택시 업계나 배달 업계는 공유 플랫폼인 '카카오 택시'나 '배달의 민족'의 운영 방침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그러나 택시 기사나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자들은 공유 플랫폼과 일반적인 노사 간 고용 관계를 맺지 않는다. 노동의 관리나 평가는 서비스 건수, 고객의 별점, 후기 등으로 통제된다. 이런 구조에서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은 "그저 사고팔기 위해 거래되는 자원일 뿐"이며, 노동자들은 "노동 기본권의 보호 장치 없는 취약한 상태에 내몰리게 된다"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디지털이 현실을 통제하는 이런 역전 상황은 이번 '카카오 사태'처럼 거대 플랫폼이 흔들렸을 때 더욱 두드러진다.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전 국민이 갑작스러운 '소통 단절'을 겪게 됐고, 직장인들은 업무에 차질을 빚게 됐으며, 택시 기사들은 택시 운행을 중단해야 했다. 금융 업무 또한 불편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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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테크놀로지가 선사한 성장의 달콤한 열매만큼이나 기술 숭배가 가져온 부메랑 효과들을 살피라고 경고한다. 어쩌면 이번 '카카오 사태'는 인간의 노동이란 가치를 등한시한 플랫폼 경쟁 시대를 향한 경고인지도 모른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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