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세계 최대의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8일(현지시간) 유동성 위기에 처한 경쟁업체 FTX 인수를 추진하기로 했다. '가상화폐 산업의 구세주'로 칭송받았던 샘 뱅크먼-프리드 FTX 최고경영자(CEO)가 FTX의 관계 회사 재정 부실설로 갑작스러운 '뱅크런' 사태를 맞으면서 결국 무릎을 꿇게 됐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는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FTX를 인수하는 내용의 투자의향서(LOI)에 서명하고 실사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는 이번 거래가 FTX가 유동성 위기 상황에 놓이면서 회사의 도움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FTX의 뱅크먼-프리드 CEO도 트위터를 통해 바이낸스와 전략적 거래에 합의했다고 확인했다. 그는 "우리 팀은 인출 잔고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으며 이는 유동성 위기를 해결할 것이다. 모든 자산은 1대1로 처리된다"면서 "이것이 우리가 바이낸스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한 이유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인수 조건 등에 대해서는 두 CEO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FTX는 최근 관계 회사의 재정 부실설로 코인 인출 사태가 발생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다. 지난주 코인업계 전문 미디어인 코인데스크가 FTX의 자매사인 알라메다리서치의 내부 자료를 취득해 "알라메다의 대차대조표 상당 부분이 FTX가 발행해 거래소 이용자들에게 수수료를 할인해주는 토큰인 FTT로 채워져있다"고 보도했다. FTX가 발행한 FTT을 관계사가 사들여 보유하는 구조로, FTT 가격이 내려가면 두 회사가 동시에 자금난에 처할 수 있는 구조라는 의미가 된다.
뱅크먼-프리드 CEO는 "경쟁사가 거짓 루머를 만들고 있다"며 이를 반박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지난 6일 자오창펑 CEO가 테라·루나 사태에서 배운 리스크 관리를 하는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던 21억달러(약 2조9000억원) 상당의 FTT를 전량 매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겁에 질린 투자자들이 잇따라 자금을 인출하기 위해 몰렸고 FTX는 이날 오전 결국 플랫폼에서 인출 자체를 막는 조치를 취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2만 달러 선이 붕괴하며 아래로 급락했으나 바이낸스의 FTX 인수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폭 반등했다.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한국시간 기준 오전 5시30분 현재 1만8000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자오창펑 CEO는 이번 인수 추진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구속력이 없는 투자의향서"라면서 "매우 역동적인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평가하고 있다. 바이낸스는 언제든 거래에서 손을 뗄 재량권이 있다"고 말했다.
FTX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기업가치가 320억달러로 평가됐으며 블랙록, 캐나다 온타리오교직원연금(OTPP), 소프트뱅크 등을 투자자로 확보했었다. 미 정계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뱅크먼-프리드 CEO를 중심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로 평가받았다.
2019년부터 FTX를 운영해온 뱅크먼-프리드 CEO의 자산도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240억달러로 추정됐다. 그는 지난 5월 테라·루나 사태로 혼란에 빠진 가상화폐 업계에 자금을 수혈하면서 업계에서는 구세주로 불리기도 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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