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간 갈등이나 폭행 사태로 번지기도
금연아파트라도 복도·계단 등 사각지대 많아
층간흡연 방지 법안은 2년째 계류 중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간접흡연을 호소하는 민원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웃과의 극심한 다툼과 갈등으로 폭력 사태로 번지기도 한다.
층간소음을 포함한 간접흡연 민원은 최근 꾸준히 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공동주택 입주민이 층간소음·간접흡연에 따른 피해를 호소해 관리주체가 실제 사실관계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수행한 사례는 13만 5232건을 기록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7년 1만 5091건 ▲2018년 1만 8503건 ▲2019년 2만 3654건 ▲2020년 3만 4605건 ▲2021년 4만 3379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간접흡연은 직접흡연보다 더 건강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비흡연자가 마시는 연기는 흡연자가 흡인한 다음 내뿜는 연기와 담배가 타면서, 담뱃불에서 직접 나오는 연기는 발암물질의 농도가 훨씬 짙고 인체에 해롭다.
2차·3차 간접흡연, 보이지 않는 폭력
2차 흡연 뿐만 아니라, 3차 흡연도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3차 흡연은 연기에 직접 노출되지 않지만 피해를 보는 상황을 말한다. 예컨대 흡연자의 몸, 옷, 머리카락에 묻은 담배 연기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의 로랜스버클리국립연구소 연구 결과에 따르면 3차 흡연을 할 경우 50종이 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18시간이 지난 뒤에도 잔류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에 따르면 니코틴이 오존과 반응해 초미립자 유해 성분을 만들었고, 이는 피부나 먼지를 흡입하는 과정에서 체내에 흡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차 흡연 노출로도 세포의 유전적인 손상이 일어난다고 봤다.
또 다른 연구 결과에서는 흡연자인 아버지가 실외에서 담배를 피우더라도 부인과 12세 이하 자녀의 모발 속 니코틴 농도를 조사를 한 결과, 비흡연자 가정에 비해 두 배 가량 높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간접흡연은 단순히 이웃간 갈등을 넘어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로, 다툼은 물론 급기야 폭력 사태로도 번진다.
지난 3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층간흡연으로 갈등을 빚은 주민들이 서로 폭행해,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또 부산 남구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는 한 입주민이 이웃에 층간흡연 피해를 호소하며 항의글과 계란을 투척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관리사무소 중재 현실적으로 어려워
상황이 이렇자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서는 아파트에 금연구역을 지정하는 금연아파트 제도를 시행중이다. 금연아파트는 공동주택 거주세대 중 절반 이상이 동의하면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단지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고,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러나 단지 전체가 금연구역은 아니다.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등 4곳에서만 흡연을 금지한다. 이렇다 보니 일종의 금연 사각지대에서 흡연을 하거나 금연아파트라고 해도,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입주민들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흡연자에 대한 관리 권한이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공동주택에서 간접흡연으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를 입은 입주자가 그 사실을 관리주체에게 알리고, 관리주체로 하여금 간접흡연 피해를 끼친 입주자에게 흡연 중단을 권고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입주민들과의 관계 등 이유로 관리사무소에서 직접 흡연 중단을 권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다.
이에 국회에서는 이른바 층간흡연 방지 법안이 나오기도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2020년 11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층간흡연 피해자가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간접흡연의 범위와 기준도 정하도록 규정했으며, 분쟁조정위는 층간소음, 리모델링, 관리비, 유지·보수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각종 갈등을 중재·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또 관리주체의 흡연중단 권고에도 피해가 계속될 경우 피해를 입은 입주자가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관리주체에게 동별 게시판 등을 통해 간접흡연 예방 및 분쟁 조정 등에 관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알리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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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현행법으로는 세대 내 흡연 피해를 예방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개정안은 지난해 2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된 후 2년째 계류 중이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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