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이제 누가 그에게 ‘아니오(No)’라고 말할 수 있겠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한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식에서 주요 외신들이 가장 주목한 장면은 바로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갑작스러운 중도 퇴장이었다. 시 주석의 ‘절대 권력’을 드러내는 상징적 숙청 그 자체였다는 분석이다.
23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날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당대회 폐막식을 "고도로 짜여진 회의"라고 평가하며 "가장 극적인 장면은 후 전 주석이 수행원에 의해 퇴장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시 주석이 완전한 권력을 확보했음을 보여주기 위해 조직화된 ‘상징적 숙청’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미 유력 언론인 뉴욕타임스(NYT) 역시 "‘중국의 지도자(시 주석)가 이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다. 누가 그에게 아니오라고 말 할 수 있겠냐"고 전했다. 이 매체는 폐막식 다음날 공개된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을 ‘시진핑의 시종(acolyte)’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시 주석이 최고지도부에 최측근 충성파를 배치하며 "군사, 기술 초강대국으로서 중국의 부상을 가속화하는 동시, 공산당의 절대적 통제를 유지하려는 야심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내에서 누구도 감히 시 주석에게 틀렸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시 주석의 완전한 중국 통제가 세계에 더 많은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 중심의 태자당(太子黨·혁명 원로 자제 그룹)과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 세력으로 분류되는 이들의 퇴진으로 인해 시 주석의 마이웨이가 거세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싱가포르국립대의 이안 총 교수는 이로 인해 중국과 다른 강대국 간 긴장이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CNN방송은 대대적인 상무위원 개편으로 '중재자'가 없어졌다고 진단했다. 또한 전문가를 인용해 "시 주석이 정책 결정과 의사 결정의 거의 모든 측면을 통제하는 새 시대에 접어들었다"면서 "앞으로 중국의 경제 및 외교정책 궤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CNN 역시 별도의 기사에서 후 전 주석의 예상치 못한 퇴장 장면을 '극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하며 후 전 주석이 떠나길 꺼려하는 듯해 보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울러 중국 언론 그 어느 곳에서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는 점을 짚었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 또한 ‘전 세계가 시 주석에 대해 걱정해야 하는 이유’를 분석 보도하면서 후 전 주석의 퇴장 영상을 수십번 반복해 보여줬다.
앞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전날 밤 트위터 영문 계정에서 "후 전 주석이 폐막식 도중 몸이 좋지 않아 수행원이 행사장 옆 방으로 그를 데리고 가 쉬도록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요 외신들은 이러한 신화통신의 보도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AP통신은 "중국 당대회는 모든 것이 사전에 짜여진 행사"라며 "그렇기에 후 전 주석의 퇴장에 질문이 쏟아진다. 진실은 절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