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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약 복용하다 마약사범될 뻔…간호조무사, 항소심서 무죄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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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약' 투약 혐의 무죄
재판부 "검찰 조사 중 진술 해석 여지 있어"
병원장·약사 증언도 고려
다만 "처방전 수차례 위조, 죄질 가볍지 않아"

다이어트약 복용하다 마약사범될 뻔…간호조무사, 항소심서 무죄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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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는 다이어트약 중에 마약류가 있는 것도 알고 있죠” (검사)
“네, 뉴스 등에서 보고 알고 있었습니다” (A씨)
“피의자의 10년 가까운 간호조무사 근무경력, 피의자도 이미 다이어트약 중에 마약류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다이어트 후기 등 여러 글을 많이 검색해서 알아봤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의자는 이미 범행 시작할 때 찾은 다이어트약들 중에 마약류 성분이 있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미필적으로나마 들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요?” (검사)
“(눈물 흘리며) 네, 죄송합니다. 다시는 하지 않겠습니다” (A씨)

다이어트 목적으로 처방전을 위조해 이른바 ‘나비약’ 투약한 혐의를 받은 간호조무사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다만 처방전 위조한 혐의는 유죄가 인정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검찰의 피의자신문 과정을 문제 삼아 피고인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3부(안종화 부장판사)는 사문서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34)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공소사실 중 향정신성 의약품인 펜터민 매수, 투약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A씨 "펜터민인 줄 몰라"일관 진술… 法 "해석여지 있어"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참고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식욕억제제인 ‘디에타민 정’을 매수하고 복용할 때 펜터민이 있었는지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향정신성의약품 매수 및 투약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이를 구매 및 복용할 당시 향정신성의약품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여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경찰 조사에서부터 디에타민에 펜터민이 함유돼있는지 몰랐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또 검찰 조사 당시에도 처음에는 펜터민이 정확히 마약류인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이어 항소심에서도 재판장이 “식욕억제제에 원래 펜터민 성분이 함유되느냐”라고 묻자 A씨는 “전 잘 몰랐고,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비로소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위와 같은 검찰이 확보한 피의자 진술에 대해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해당 진술 부분은 (펜터민 함유 여부 알았는지에 대해) 조사받을 당시를 기준으로 한 것인지 펜터민을 구매, 복용할 당시를 기준으로 한 것인지 여부가 명확지 않다”며 “‘죄송합니다’라고 한 부분도 함유 여부에 대한 인식을 자인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같은 범행을 다시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진술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병원장,약사 증언 고려… 처방전 위조는 유죄

이어 재판부는 A씨가 1심 재판부에 제출한 반성문에 “이번 일과 관련해 저의 직업인 간호조무사는 더더욱 지으면 안 되는 죄인데 제가 너무 문외한 사람이었습니다‘라고 기재돼 있어 펜터민 함유 여부를 몰랐다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이외에도 ▲향정신성의약품 취급 경험이 없어 단순히 식욕억제제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는 병원장의 증언 ▲복약지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약사의 증언 등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A씨가) 간호조무사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취급하는 업무와 관련된 처방전을 여러 차례 위조하고 이를 행사한 것으로서, 그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가 위조, 행사했던 처방전상의 의약품은 일반 내과 등에서 다이어트 목적으로 많이 처방된다”며 “코로나19가 창궐하던 때로 A씨가 식욕억제제 처방을 받기 위해 다른 병원을 방문했다 (코로나19에) 걸리는 경우 일하는 의원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염려해 이 사건 범행에 나아간 것이라는 A씨의 변소에 일부 참작할 여지가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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