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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사 비평' 말고 찐책 이야기해요 [서믿음의 책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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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사 비평' 말고 찐책 이야기해요 [서믿음의 책담] 김혜정 그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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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주객전도(主客顚倒). 독서모임에서 주(主)는 책에 관한 생각 나눔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잿밥에 더 관심을 가진다. 책보다 사람에 관심을 갖고 인간적 교제에 공을 들인다. 그런 이들에게 책은 교제의 수단일 뿐,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물론 잘못은 아니다. 책 읽지 않는 시대에 책을 그렇게라도 활용한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진정한 애서가들에게는 아니 될 일이다. 애서가에게 책은 그 자체로 목적이다. 책을 주(主) 삼아 내용에서 가치, 교훈, 깨달음을 발견하는 게 본질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혜정 대표가 선보인 독서플랫폼 ‘그믐’은 본질에 충실한 곳이다. 시공간의 제약을 두지 않기 위해 온라인(글)으로 진행하며, 친목 도모로 변질(?)되지 않도록 모임 별로 29일의 시간 제약을 둔다. 깊이 있는 나눔을 위해 ‘짤방’, ‘이모티콘’ 등의 압축·상징어 사용을 지양한다. 단순히 ‘싫어’, ‘좋아’, ‘강추’ 등의 뭉뚱그린 표현도 불가하다. 호불호의 이유를 적확한 활자에 담아 의미를 분명히 하라고 권면한다. 책에 진심인 김 대표를 지난 19일 만났다.


- 독서 모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호주로 유학이민을 떠났다가 귀국해 논스톱으로 15년을 달렸다. 생존을 목적으로 더 높은 연봉을 따라 정신없이 직장생활을 했다. 배부른 소리일 수 있지만, 나름 안정되고, 오라는 곳이 늘어가던 차에 ‘번 아웃’을 겪었다. 잠시 이른 은퇴를 고민했지만, 전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회사 꼭대기에 오르고 싶지도 않았다. 이제는 생존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또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교집합을 찾던 중 독서플랫폼을 떠올리게 됐다. 독서 생태계 공동체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 ‘그믐’에서는 도서 ‘비평’을 공유한다고 들었다.

▲좋은 말만 오고가기보다는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 언론에서는 대개 ‘주례사 비평’을 하지 않나. 어렵게 책을 낸 작가에게 재 뿌리기 뭐한 상황도 이해는 가지만 정말 책에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비난을 하자는 건 아니다. ‘시시하다’, ‘열라 재미없다’는 내용도 올라오는데, 그럴 경우 생각의 근거를 잘 풀어서 설명해달라고 한다. 이모티콘을 제공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모티콘을 사용하면 귀엽고 간결하게 표현이 가능하지만, 좀 길더라도 생각과 마음을 글로 표현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렇다고 엄격히 제한하지는 않는다. 너무 겁먹지 않으셨으면 좋겠다.(웃음)


- 평소 남편인 장강명 작가와도 책을 주제로 자주 대화를 나눴나.

▲대화 주제로 책이 자주 오른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주제다. 하지만 남편 외에 책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많지 않았다. 점심시간이나 회식자리에서 드라마나 스포츠 이야기는 쉽게 나오는데 책 이야기는 정말 안 나온다. 재밌게 읽은 책을 권하고 싶어도 젠체하는 건가 싶어 망설이게 된다. 프랑스에는 특정 주간을 정해 책 이야기를 나누는 기간이 있다더라. 그게 바로 어떤 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지 못할 이유는 없다.


- ‘그믐’은 정확히 어떤 서비스인가.

▲책으로 모이는 온라인 공간이다. 책과 시기, 인원을 정하면 누구든 무료로 시작할 수 있다. 주어진 형식은 없다. 매일 일정 분량을 읽고 그 내용을 적어도 되고, 공감가는 문구만 기록해도 된다. 카카오톡방에 베껴 쓰기, 요약하기, 다짐 적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용은 회원이 아닌 홈페이지 접속자 모두에게 공개된다. 향후 네이버나 구글 등에도 결과가 노출되게 할 예정이다.


- 기존 독서 플랫폼과 차별화된 점은 무엇인가.

▲온라인 글 기반의 무료 서비스다. 오프라인 장소 임대료가 들지 않는 만큼 이용자 허들(부담)이 낮다. 온라인이기에 문화 인프라 접근이 쉽지 않은 지방에서도 ‘연결성’을 느끼기에 좋다. 중요 요소는 사람이 아닌 ‘책’ 중심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서비스를 보니 글발이 좋은 신 분, (외적 매력) 능력이 뛰어나신 분을 중심으로 모여 특정 사람이 하는 말에만 동조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믐’에는 인싸와 아싸가 없다. 대학, 직장 소개도 없다. ‘나의 인생책’이 유일한 자기소개다. ‘좋아요’처럼 수에 따라 힘의 불균형을 유발할 요소도 없앴다. 흥미요소인 것은 알지만, 인기경쟁을 유발해 누군가의 발언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럼에도 인기 이용자는 존재할 것 같다. 또 나름의 무리가 아예 없진 않을 것 같진 않은데.

▲물론 글발이 좋으면 티가 난다. 또 구성원 호흡이 좋으면 오래 가고 싶어 할 수 있다. 다만 본래 취지에 어긋나 친목모임이 될 우려가 있기에 29일로 기간제한을 두고 있다. 물론 (같은 구성원으로) 다시 방을 만드는 것까지 제한할 순 없으나 적어도 판을 갈아주는 효과는 있다.


- 현재 모임은 몇 개인가. 회원 수는.

▲장강명 작가의 페이스북을 통해 알린 게 7월9일인데 현재 1970명이 모였다. 30여개의 모임이 진행 중이고, 누적 수는 106개에 달한다. ‘그믐’은 오픈지향형이기 때문에 회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유롭게 볼 수 있다. ‘눈팅’만 하는 숫자는 훨씬 더 많다.


- 직원이 다섯 명이라고 들었다. 고정 수익에 관한 부담이 있을 것 같은데.

▲개발자 두분과, 스타트업 운영 경험이 있는 대학교 선배, 남편인 장강명 작가 그리고 저 이렇게 다섯 명이서 시작했다. 지금은 SNS마케팅을 도와주시는 두 분이 합류해 총 일곱 분이다. 모임 수가 많아지다 보니 신경 쓸 게 많아졌다. 얼마 전 책 나눔 이벤트를 했었는데, 이게 책을 발송하는 것도 상당한 일이었다. 수익사업을 하려는 게 아니다 보니 어떻게든 아끼려고 하는데, 그래도 개발비와 서버비 등 고정비가 상당히 들어간다. 오래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 고정비 마련을 위한 수익 모델도 구체화 중이다.


- 궁극적으로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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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게 하는 채찍질이 돼도 좋고, 독서의 길로 인도하는 선생님이 돼도 좋다. 독자와 작가가 만나는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일인출판사 대표님의 책 홍보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책에 관한 가장 확실한 마케팅 방법은 그 책을 직접 읽은 사람들의 목소리다. 그런 목소리가 가득한 곳이 됐으면 좋겠다. 책을 통한 다양한 ‘소통’을 희망한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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