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여 반 데르 플리어 암스테르담 UMC 알츠하이머센터 교수
생활영역 중재로 치매 예방 '핑거 프로그램'
임상 정보 공유하는 '월드와이드 핑거스'
[아시아경제 암스테르담(네덜란드)=김영원 기자] "핑거 연구는 라이프스타일의 여러 영역에서 치매 요인을 동시에 다룹니다. 유럽 핑거스(EU-FINGERS)는 나아가 (요인에 따라) 누가 가장 유리한지, 개별적인 위험 요인은 무엇인지 등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연구합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유럽 핑거스 연구를 진행하는 위스여 반 데르 플리어(Wiesje van der Flier) 암스테르담 UMC 소속 알츠하이머 센터 교수(사진)를 만났다.
핑거 프로그램(FINGER·Finnish Geriatric Intervention Study to Prevent Cognitive Impairment and Disability)은 핀란드와 스웨덴 정부가 1조원을 투자해 개발한 치매 예방 프로그램으로, 각각 다른 일상생활 인자를 조정해 치매 위험이 높은 노인의 인지기능을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최초의 연구다. 약물 복용 없이 식단, 운동, 사회적 교류, 인지 훈련, 심혈관 위험 등 생활 습관 영역을 동시에 다뤄 치매 예방을 꾀하는 것이 특징이다.
핑거 프로그램의 효과는 2009~2011년 3년간의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연구진은 핀란드에서 1260명의 치매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이 5가지 요인을 함께 다루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 결과 중재 그룹에서 전반적으로 인지 능력이 25% 호전됐고, 기억 및 처리 속도와 같은 영역에서는 더 큰 향상을 보였다. 치매 외 다른 만성질환 위험도도 6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뿐만이 아닌 전반적인 건강이 개선된 것이다.
핀란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40여개국 연구진이 핑거 기반 치매 예방 연구를 진행하며 임상 정보를 공유하는 네트워크, 월드와이드 핑거스(WW-FINGERS)가 2017년에 만들어졌다. 각국의 연구진은 데이터를 공유하고 공동 분석하는 등 다양한 환경에서 인지 장애와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다. 핑거스에 속한 여러 나라들이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연구를 하는 것은 아니다. 반 데르 플리어 교수는 "각 나라들은 자기만의 핑거를 만들고 있다"며 "이미 치매 초기인 경우에도 핑거 프로그램이 효과가 있는지 연구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슈퍼브레인’이라는 이름으로 월드와이드 핑거스에 속해 있다.
반 데르 플리어 교수가 속한 네덜란드 핑거스(NL-FINGERS)는 2021년 초반 연구를 위해 모였다. 반 데르 플리어 교수는 "암스테르담 알츠하이머 센터에서는 환자 케어와 동시에 연구를 진행해왔다"면서 "네덜란드 핑거스는 생활습관 변화가 뇌 건강을 보존할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하며, 유럽 핑거스를 통해 유럽 공동연구체계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핑거스는 올해 1월27일부터 연구에 착수했다. 현재 400명을 모집 완료해 네덜란드 내 5개 도시에서 연구가 시작된 상태이며, 총 1200명 모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덜란드 핑거스는 기존 연구에 새로운 인자를 추가했다. 기억 능력 향상을 위해 고안된 다논의 식품을 비롯해 수면, 스트레스 등을 생활 인자 영역에 추가했다. 반 데르 플리어 교수는 "참가자는 12명으로 구성된 그룹에서 무작위로 저강도, 고강도 개입으로 나뉜다”면서 “ 저강도 개입 그룹에서는 참가자들이 자신의 생활 습관에 따라 일하고, 고강도 개입 그룹에서는 생활 습관 코치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참여자 모집, 2년의 연구 기간을 고려하면 3~4년 뒤 연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반 데르 플리어 교수는 월드와이드 핑거의 장점으로 ‘상호 협력’을 꼽았다. 서로의 연구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서로 비슷한 연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을 때 연락이 가능하고, 서로에게 배울 수 있다"면서 "우리는 미국의 사례를 보고 온라인 기반 연구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알렸다. 미국의 핑거스인 포인터(U.S. POINTER)가 코로나19로 기존 연구를 비대면 플랫폼으로 진행하게 됐는데, 효율적으로 연구가 수행된 것을 보고 네덜란드 핑거스도 비대면 방식을 채택하게 됐다.
현재 각국에서 시행되는 핑거 프로그램 기반 연구가 종료되더라도, 향후 연구 과제는 무궁무진할 전망이다. 반 데르 플리어 교수는 "현재 연구가 '(핑거 프로그램이) 효과가 있다, 없다'에 대한 것이라면 나중에는 '누구에게' 효과가 있을 것인지, 사람들이 이를 시행하도록 어떤 캠페인을 할지 등 데이터를 모아야 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맞춤형 치매 예방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암스테르담(네덜란드)=김영원 기자 forever@
암스테르담(네덜란드)=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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