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인적 개편에, 與 권력 구도 변화 조짐
이준석 "위장 거세쇼, 모양새 취하는 것뿐"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여권 내 주도권이 새로운 권력 지형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양대 축인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의 새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출범 후 '거취 표명'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2선 후퇴'가 가시화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대통령실의 대대적인 인적 개편도 이런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다만 윤핵관의 퇴진을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표면적으로는 2선 후퇴를 하더라도, 물밑에선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윤핵관 2선 퇴진론은 지난달 31일 장 의원의 백의종군 공식 선언이 신호탄이 됐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앞으로 계파 활동으로 비칠 수 있는 모임·활동을 하지 않고, 윤석열 정부에서 어떠한 공직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당의 혼란에 대해 "무한 책임을 느낀다"면서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책무와 상임위 활동에만 전념하겠다"라고 했다. 당 일각에서 윤핵관 퇴진 요구가 공개적으로 나오자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통령실의 인적 개편 움직임도 이런 결정에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대통령실 인적 개편 과정에서 권고사직 처리된 인사 중에는 소위 '윤핵관 라인'으로 불리는 이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 하락의 원인으로 인사 문제가 꼽히는 만큼, 장 의원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됐다는 해석이다.
권 원내대표 역시 추석 연휴 전 국민의힘 새 비대위 구성이 완료되면 거취 표명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 내부에서는 권 원내대표가 이른바 '내부 총질' 문자 메시지 유출 등 내부 혼란을 초래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어, 조만간 직을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일각에선 윤핵관 후퇴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 의원과 권 원내대표는 앞서도 한 차례씩 맡고 있던 직에서 물러났다가 실세로 자리매김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캠프에서 종합상황실 총괄실장을 맡은 장 의원은 아들의 음주운전과 경찰관 폭행 사건이 불거지면서 물러났다. 장 의원은 이때도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이후 윤 대통령과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장 의원이 핵심 역할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세로서의 존재감이 재확인됐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 장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권 원내대표도 지난 1월 당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개편을 둘러싼 내부 갈등으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맡고 있던 당 사무총장·선대위 종합지원총괄본부장 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지난 4월 윤심(尹心)을 업고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윤핵관 2선 후퇴론과 관련해 이준석 전 대표는 "위장 거세 쇼"라고 평가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민들이 윤핵관을 싫어한다는 여론조사가 많이 나오니 기술적으로 그들과 멀리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는 것일 뿐"이라며 "대선 때도 이들이 2선 후퇴한다고 한 뒤 인수위가 되자 귀신같이 수면 위로 다시 솟아오르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을 통해 윤 대통령과 윤핵관의 거리두기가 가시화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윤핵관의 입지가 줄어들고 윤 대통령과 가까운 대통령실 검찰 라인을 중심으로 권력의 무게추가 옮겨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1일 C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윤핵관 시대에서 검핵관(검찰 출신 핵심 관계자) 시대로 정권 파워가 옮겨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검핵관이 (대통령실을) 다 차지하더라도 여의도 국회는 차지 못한다.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국회의원을 검사로 임명할 수는 없다"며 "선거에 의해서 뽑힌 윤핵관들이 다수가 포진하고 있으므로 앞으로도 두고두고 알력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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