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성별 같아도 성립돼… 자신이 남자인 것처럼 행동하고 조롱"
판사 : 피고인, '패드립'이 무엇입니까?
피고인 : '부모님을 향한 욕설'입니다.
판사 : 피고인이 그것을 하도록, 피해자가 유도했다고 주장하십니까?
온라인 게임에서 채팅으로 말다툼을 하다가 상대를 성희롱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피고인의 이야기다. 지난해 5월26일. A씨(29)는 휴대전화로 '마피아(Mafia)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마피아 게임은 서로 정체를 모르는 시민들이 심문을 통해 숨겨진 마피아를 찾아내는 놀이다.
A씨는 무작위로 연결된 B씨와 '시민팀'이 됐다. 하지만 게임이 진행될수록 B씨는 A씨의 실수로 시민팀이 지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A씨에게 15분 가까이 욕설 채팅을 보냈다.
A씨도 게임이 끝나고 채팅을 보내 반격했다. '피임 없이 B씨의 모친을 상대로 성행위를 할 것이고, 아이가 태어난다면 자신이 곧 아버지'란 취지의 내용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여성이었고, 서로의 성별을 알지 못한 상태였다.
B씨의 신고에 A씨는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행 성폭력처벌법 제13조는 '자신 또는 타인의 성적 욕망을 유발·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불쾌감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내용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A씨와 그 변호인은 "피고인이 욕설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아니었다"며 "피해자가 먼저 한 욕설에 기분이 나쁘다는 표현에 불과하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B씨로부터 일방적이고 지속적인 욕설을 들은 데다, 시민팀의 패배가 A씨의 탓인 것처럼 누명을 씌워 대응했을 뿐이란 것이다.
이와 함께 "게임 내 동성간 벌어진 행위에 대해 성폭력처벌법이 적용되는 것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변론도 펼쳤다.
반면 B씨는 직접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해 "(A씨의 채팅이) 성적인 수치심을 주려는 말로 느껴졌다"고 호소했다. 그는 자신이 먼저 보낸 욕설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A씨가 보낸 내용은 너무 충격적어서 기억한다고 말했다.
A씨의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성범죄의 '성적 욕망'은 가해자의 성별이 그 사람의 목적을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며 "언급한 행위도 여자인 피고인으로선 불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도 "게임 내 다툼 중에 있던 일이고, 여성으로서 성적 만족감과 관련이 없다"고 최후진술을 했다.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혜림 판사는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고, 5시간의 성폭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함께 내렸다.
박 판사는 "성폭력처벌법 제13조의 '성적 욕망'엔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등 자신의 심리적 만족 또한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같은 성별이라도) 달리 볼 게 아니다"며 "욕설 내용에 비춰볼 때, 피고인은 자신이 남자인 것처럼 행동하고 조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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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판사는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게 한 말이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한 점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피고인은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고,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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