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하나은행이 이달 초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영문으로 표기된 일부 부서의 이름을 한글로 바꿨다. 이름과 부서명, 문서에서까지 영어를 쓰자던 하나금융그룹의 내부 분위기가 달라진 모양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달 초 하반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영업조직 강화와 함께 디지털 조직을 슬림화했다. 그룹 단위에서는 디지털리테일 그룹을 디지털 그룹으로 바꿨다. 본부 단위에서는 DT혁신본부, DailyBanking(데일리뱅킹) 본부, Borrowing(보로잉)본부, 디지털경험본부를 디지털지원본부(전략수립), 디지털경험본부(실행), 데이터&제휴투자본부(고객데이터분석)로 바꿨다.
하나은행 직원들은 개편안에서 영어로 표기하던 부서를 한글로 바꾼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다른 금융사에 비해 부서업무나 문서작성에서 영어를 비교적 많이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 처음 영어이름 제도를 도입한 곳도 하나금융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업무 효율성을 위해 직관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에 영어가 많이 사용되기 시작한 건 김정태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강조했던 정책의 영향이다. 김 전 회장은 재임 중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언어부터 영어로 맞춰야 한다는 얘기가 그룹 내부에서 나왔다. 이에 지난해 초 지성규 전 하나은행장은 일부 문서를 영어로 쓰는 방안까지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자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영어를 무의미하게 많이 사용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 직원들끼리 소통하고 보고하는데 영어문서를 쓰는 게 글로벌화와 거리가 멀다는 의견도 있었다. 금융당국이나 한국 내 기업과 소통할 때는 한글문서를 써야 하는데 업무가 가중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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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영어사용으로 명확하고 확실한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과거 디지털 조직명이 공개됐을 때도 영어 문법상 ‘Borrowing(빌리는)’이 아니라 ‘Lending(빌려주는)’이 맞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있었다. 하나은행에서는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자는 취지로 지었다고 설명했지만, 부서 역할과 이름이 명확히 들어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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