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군, "계약이 중도 해지된 사업이라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
타 지자체들, "원도급사 파산하면 대부분 재입찰 원칙이 통상적"
지역 업체들, "지역건설협회장과 현직 군수는 친인척 사이" 의혹 제기
[아시아경제 라영철 기자] 강원도 인제군이 수십억 원의 공사를 하면서 입찰도 하지 않고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해 특정 업체에 일감을 줬다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인제군 의뢰로 하도급 업체 선정을 맡았던 지역건설협회 회장이 현직 군수와 친인척 관계로 알려지면서 특혜 비리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경기도 등 타 자치단체 계약 담당 공무원들은 본지와 통화에서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곤 원도급사가 파산할 경우 대부분은 재입찰을 원칙으로 하는 게 통상적이다"라고 했다.
인제군 등에 따르면, 오는 2024년에 준공할 군도 6호(정자~하남) 도로개설 총사업비는 194억여 원.
이중 A 업체는 2019년 10월, 공개 입찰을 통해 49억여 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지만, 지난해 9월 자금난 등으로 파산했다.
원도급사가 파산함에 따라 인제군은 통상적으로 재입찰을 하는 다른 지자체와는 달리 수의계약으로 업체를 선정했다.
인제군 세무회계과장은 "공사 기간도 단축되고 현장도 잘 알고, 지역 업체니까 수익계약 했다"며, "계약이 중도 해지된 사업이라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계약 부서는 '하도급 업체를 선정해 달라'며 건설과에 요청했고, 건설과는 A 업체 하도급사 B 업체를 수의계약 대상으로 정해 계약 담당에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B 업체가 부적격으로 계약할 수 없게 되자, 재요청 과정을 거쳐 C 업체를 수의계약 대상으로 최종 선정했다.
C 업체는 2019년 공개 입찰에서 떨어진 회사로 알려졌으며, 인제군은 지난해 11월 C 업체와 잔여 사업에 대한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수의계약 금액은 남은 공사에 해당하는 25억여 원. 통상 2000만 원이 한도인 수의계약의 12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본지 취재 결과, 인제군이 수의계약한 C 업체 대표는 파산한 A 업체의 하도급사인 B 업체 대표와 부부 사이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인제군이 애초부터 'B 업체(남편 명의)에 일감을 주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인제 지역 한 건설업체 대표는 "인제군이 처음부터 B 업체(남편 명의)에 공사를 주려고 했다는 말이 지역에서 많이 돌았고, 그게 잘 안되자, 공개 입찰도 없이 C 업체(부인 명의)를 통해 공사를 준거나 다름없다"고 했다.
수의계약한 정황은 또 다른 사업에서도 확인됐다.
A 업체(원도급사)가 수주했던 도서관 건립 사업은 지역 건설협회가 정한 업체와 수의계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는 11월 준공 예정인 인제군 '기적의 도서관' 건립 사업의 잔여 공사 예산 규모는 21억여 원.
인제군은 지난해 11월 해당 사업의 시공 업체로 입찰 없이 지역의 D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군 계약 부서는 이 과정에서도 문화관광과에 '수의계약 요청서를 보내달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문화관광과는 규정을 이유로 "부도난 업체와 계약을 종료하고 타절 준공만 해서 계약해 달라"며 계약 부서 요청을 거절했다.
도서관 담당 공무원은 "금액 규모가 수의계약을 하기에는 너무 크고, 특정 업체에 주는 것 같아 부담스러웠다"면서 "우리 과에선 수의 계약 관련해선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계약 부서는 지역 건설협회에 도서관 시공 업체 추천을 의뢰해 D 업체를 선정한 것이다.
세무회계과장은 "특정 업체를 밀어줬다는 의혹을 받기 싫고, 공사 기간 단축과 예산 절감 효과도 있어 협회에 업체 선정을 의뢰했다"고 했다.
그러나 예산 절감을 기대했던 사업비는 일부 설계 변경 때문에 애초 18억 원에서 오히려 3억 원이 늘어 21억 원이 됐다.
담당 공무원은 "시공사로부터 누락된 부분에 대해 요청이 들어와 감리 검토 후에 설계 변경을 진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공 업체가 바뀌면서 누락 부분이 발견돼 추가 사업비가 들어가게 됐다는 것이다.
한편, 경찰은 인제군의 수의계약 의혹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제군이 통상적인 입찰도 거치지 않고 연이어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하면서 현직 군수의 영향력 행사 여부가 의혹으로 제기되고 있다.
강원=라영철 기자 ktvko258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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