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미국 상장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를 측정해 공개하는 S&P500 ESG 지수에서 제외됐다. 기업의 ESG 활동을 놓고 평가 기관마다 조사 항목이나 정보 수준에 따라 결과가 제각각이라는 지적이 이어져온 상황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사기’라며 반발, ESG 평가 방식에 대한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현지시간) CNBC방송 등에 따르면 미 주가지수 제공업체 S&P다우존스는 이날 S&P500 ESG 지수에서 테슬라를 제외했다고 밝혔다. S&P는 이 변화를 지난 2일부터 적용했으며 이날 변경 사항을 내놓은 것이다.
S&P ESG 지수는 환경과 사회적 책무, 거버넌스 등에 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상장사 순위를 정하고 투자자들에게 이 정보를 제공한다. 현재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알파벳, 엔비디아와 함께 엑손모빌 등이 포함돼 있으며 테슬라와 버크셔해서웨이, 존슨앤존슨, 메타, 셰브론 등은 이 지수에서 제외됐다.
S&P는 테슬라가 이번에 지수에서 제외된 이유로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의 열악한 근로 환경과 인종차별 보고, 저탄소 전략 부족, 비즈니스 행동 규범 부재 등을 언급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조사에 대한 테슬라의 대응도 점수를 낮추는 요인이 됐다고 CNBC는 전했다.
ESG 지수 북미 책임자인 마거릿 돈은 "테슬라 전기차가 도로 위에서 배기가스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지만 더 광범위한 ESG의 시선으로 볼 때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ESG 노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ESG 노력에 대한) 기업의 선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고 모든 차원에 걸쳐 해당 기업의 관행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슬라는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지만 경영상에서는 ESG와는 거리가 먼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수년간의 대기청정법 위반과 자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추적 미비를 이유로 미 환경보호국과 관련 합의하는 일이 있었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테슬라의 2019년 유독가스 배출 순위는 엑손모빌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S&P 발표 이후 머스크는 강력 반발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ESG는 사기"라며 "ESG는 가짜 사회 정의를 말하는 전사들에 의해 무기화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달 연례보고서를 통해 ESG 지수가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고, 머스크도 같은 달 "기업 ESG는 악마의 화신"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S&P는 엑손모빌이 10위 안에 들었다는 머스크의 지적에 시가총액 기준일 뿐이고 ESG 점수에 따른 최고 기업 순위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ESG 지수는 그동안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DJSI), 서스테이널리틱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등 여러 평가기관이 제각각 다른 기준을 세우고 제대로 된 정보 없이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12월 대표적인 ESG 지수인 MSCI ESG 지수를 언급하면서 기업이 지구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아닌 세상이 회사와 주주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테슬라의 지수 제외가 ESG 산정 방식을 둘러싼 논의에 돌을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테슬라는 이날 ESG 지수 제외와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기술주 급락 등에 영향을 받아 전일 대비 6.80% 급락한 709.8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세계 최대 부호인 머스크의 자산은 올해 들어 604억달러 줄어든 2099억달러로 집계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한편 머스크는 이날 "과거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면서 "그들은 분열과 증오의 정당이 돼 더 이상 그들을 지지할 수 없다. 공화당에 투표하겠다"고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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