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아닌 '돈 버는' 탄소절감 메커니즘 필요"
"정부·민간이 함께 '골든 크로스' 앞당기자" 강조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기업들은 탄소중립에서 '돈을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달라고 말한다. 특히 탄소중립의 '비용편익'과 에너지 정책 효과를 정량 평가하는 모델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넷 제로 성장론'을 연일 주창하고 나서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탄소중립 초기 비용이 만만찮지만 편익이 이를 넘어서는 '골든 크로스'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이 사실상 '세금'이나 다름없는 탄소배출권 제도를 지키거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는 차원을 넘어 제대로 된 투자를 하도록 유도해 '큰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최 회장은 진단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27~29일 아시아경제가 주최한 '제10회 2022 아시아미래기업포럼', 대한상의 자체 탄소중립 세미나, 안 위원장과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특별좌담회 등을 연달아 가지며 이같이 강조했다. 사흘간 최 회장이 강조한 내용은 기업 탄소 저감을 유도하기 위해 제대로 된 정량평가 체계를 갖추고 정부가 민간의 협조를 구하는 '협업'을 통해 '골든 크로스' 시점을 당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탄소중립 편익이 비용을 앞지르는 것이 곧 '넷 제로 성장'이라고 했다. 넷 제로 성장은 오는 10일 출범할 윤석열 정부의 '성장 드라이브' 기조와도 궤를 같이한다는 게 최 회장의 시각이다.
최 회장은 안 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지난해 3월 상의 회장 취임 후 1년간 '소통 플랫폼'을 통해 모은 국민 3만여명의 목소리를 전했다. 소위 '사업보국'이라 불리는 '국가경제 기여'보다 환경 등 '사회문제 해결'을 먼저 하는 것이 시대적인 흐름이라고 판단하게 됐다는 메시지다. 기업의 'ESG 경영'은 금융 시장 신용등급 관리 및 자금 조달용 '면피'가 아니라 국민과 이해관계자 모두가 원하는 시대적인 과제라는 게 최 회장의 진단이다. 단, 한국경제에 ESG 경영이 뿌리내리려면 정부가 강력한 규제보다 정교한 인센티브 제도를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도 환경·사회 문제는 '위기'가 아니라 신산업을 육성할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며 최 회장 의견에 공감했다.
최 회장은 기업이 원하는 '탄소중립 인센티브'가 무엇인지 세미나 기조강연을 통해 자세히 설명했다. 현행 탄소배출권 제도에 대해 일종의 '세금'이라고 표현했다. 어느 정도까지 못 줄이면 돈 내라, 고 하는 부분이 납세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탄소 저감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면 기업이 동참하고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봤다. 최 회장은 세미나에서 "(SK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저만 해도 탄소 줄이면 돈을 더 벌 수 있다면 당장 그렇게 하고 어디까지 줄일 수 있느냐고 얘기할 것이다"라며 "이런 경쟁이 붙어야 산업 성장 동력이 생기고, 이런 체계를 만드는 게 '인센티브'"라고 설명했다.
그는 탄소중립 초기 비용을 '성장 편익'이 넘어서는 시점을 '골든 크로스'라고 정의했다. 골든 크로스 시점을 앞당기려면 국민과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탄소중립의 비용편익과 다양한 에너지 정책의 효과를 정량 평가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 정책 효과 측정은 물론 문제해결 방안까지 제시해야 한다"며 "측정 모델이 존재해야 정책 당국과 기업이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상의는 탄소중립 성장 규모 전망치와 개선해야 할 인센티브 제도 등을 제언했다. 이는 ▲비즈니스모델의 변화 ▲민관협력 ▲성과기반 인센티브 등이다. 세미나에서 ESG 현황 발표에 나선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장은 "특히 일정 기준만 넘으면 획일적으로 지원금을 주는 방식보단 측정과 평가를 통해 성과가 좋은 기업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줘 자발적·혁신적 ESG 행동변화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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