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의 진 친 金 "직에 연연하지 않고, 책임도 마다하지 않을 것"
檢 내부 "검찰청 폐지하는 법안… 수사 막겠다는 의도 분명"
[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김대현 기자] 김오수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사퇴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김 총장은 11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18개 지검장 회의에서 "만약 검찰 수사기능이 폐지된다면 검찰총장인 저로서는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직에 연연하지 않고, 어떠한 책임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수사를 못 하게 되면, 범죄자는 제대로 처벌되지 않고 피해자의 고통은 늘어난다"며 "부패·기업·경제·선거범죄 등 중대범죄 대응은 무력화되고, 사건처리는 더욱 늦어지게 돼 국민은 더 많은 불편을 겪게 된다. 결국 검찰 제도가 형해화돼 더 이상 우리 헌법상의 검찰이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정환 대전지검장은 회의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수완박은 헌법정신과 가치를 훼손한다"며 "헌법은 수사권 핵심인 체포와 구속, 압수수색 영장 청구권을 검사에게 부여하고 있고 이것은 헌법이 국민들에게 입법 사법 행정기관 모두에게 검찰 중심으로 수사기구를 운용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검사들도 각 지검·지청에서 회의를 열고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추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대검에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공식 반대 입장을 밝힌 지난 8일부터 이날까지 검찰 내부 게시판에는 서울중앙지검, 수원지검, 대전지검, 대구지검, 광주지검 등 간부들과 평검사들이 회의를 열고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법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A차장검사는 "사실상 검찰청을 폐지하는 법안"이라며 "(민주당 법안대로라면) 수사관도 이제 수사관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부패범죄가 판을 칠 텐데, 도대체 누구한테 도움이 되는 법안이냐"고 날을 세웠다.
이어 "수사를 막겠다는 의도가 분명한 거 아니겠느냐"며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사법개혁특위를 만들어서 논의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사법제도를 이렇게 고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B부장검사는 "정치권력을 남용하는 것"이라며 "실질적인 탈법행위이고, 국가 전체 시스템이 붕괴되는 상황이 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한테 수사를 전적으로 맡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 경찰도 사건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하는데, 부패범죄 수사력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문제점이 생길 법안을 만드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사실상 ‘검수완박’ 법안을 옹호하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법무부 과천청사로 출근하며 "(검수완박) 문제의 본질은 검찰 수사의 공정성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검찰총장부터 심지어 법무부 검찰국 검사들까지 일사불란하게 공개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보며 좋은 수사, 공정성 있는 수사에 대해서는 왜 일사불란하게 목소리를 내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제도 이전에 공정성 문제가 우선이다. 이미 행동하고 나서 그 뒤에 ‘양념’으로 공정성을 논하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법관에게 좋은 재판을 위한 방편으로 사법권의 독립이 있듯, 검사에게는 좋은 수사가 본질이고 그를 위한 방편의 문제가 논의되는 것이다. 주객이 전도돼 있다"고 지적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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